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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행인
저자 : 나쓰메 소세키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년 : 2001
ISBN : 8932012792

책소개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는 사후 8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라는 평가가 따른다. 그는 모리 오가이(森鷗外, 1862~1922)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의 두 거봉이다. 이들은 당시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팽배하던 일본 문단에서 반(反) 자연주의 입장을 고수하며 활약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인 「나는 고양이로다」를 비롯, 「도련님」 「한눈 팔기」 「마음」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대산세계문학총서의 여덟번째 책으로 나온 「행인」은 경쾌하고 유머 감각이 돋보이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심연에 자리잡은 어두운 인간 심리를 세밀화로 그려내 그의 후기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인」은 『아사히 신문』에 1912년 12월 6일부터 1913년 4월 7일까지 연재되었다가 작가의 건강 악화로 인해 중단, 다시 9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연재되어 완성한 작품이다. 「벗」 「형(兄)」 「돌아와서」 「번뇌(煩惱)」라는 네 개의 장(章)으로 구성된 이 장편의 매력은 화자인 나가노 지로(長野二郞)와 그의 형인 이치로(一郞), 형수인 오나오(お直)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인간 심리와 감정의 추이가 예리하고 심도 있는 묘사로 전개된다는 점에 있다.
「행인」의 주인공은 지식인이며 학자인 이치로로서, 이 작품의 비극적 결말은 그의 극단적인 에고이즘에 원인이 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남동생과의 관계를 의심한 나머지 아내의 정절(貞節)을 시험해보기도 한다. 결국 아내에 대한 불신이 부모와 형제, 가족 전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확대되고 자신을 스스로 고립된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의 고독감은 정신적 이상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치로의 비극을 통해 작가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심연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치로는 자기 중심적, 자기 긍정적인 반면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회의하는 내향적인 인물이다. 타인에 대한 의혹은 진정한 인간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당연한 결과로서 그는 철저히 고독 속에 갇히게 된다. 한편 타자와의 관계의 단절로 자아에 갇힌 고독한 사람―이치로의 입을 빌어 작가는 과학의 발전이 인간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라 함으로써 메이지 근대사회의 ?외발적 개화(外發的 開化)?에 대한 문명 비평을 가하고 있다. 이치로가 직면한 실존적 불안과 고뇌는 그대로 현대인들의 초상에 다름아니다.
이미 작가 자신 예언한 바 있듯이 소세키의 문학은 또 하나의 세기말을 겪고 있는 오늘 날, 삶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를 내포한 채, 전혀 새롭고 절실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끊임없이 문제적 작가로 거론되고 재조명되는 소세키 문학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문학과지성사 문학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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