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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
치즈와 구더기
저자 : 카를로 긴즈부르그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년 : 2001
ISBN : 8932012989

책소개


“제가 생각하고 믿는 바에 따르면, 흙, 공기, 물 그리고 불, 이 모든 것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하나의 큰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이는 마치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구더기가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구더기들은 천사들입니다. 한 지고지선한 존재는 아들이 하느님과 천사이기를 원하였고, 그 많은 천사들 중에는 같은 시간대에 그 큰 덩어리에서 만들어진 신도 있었지요.” ― 『치즈와 구더기』, p. 185.

아하, 그래서 ‘치즈와 구더기’구나 하시리라. 언뜻 보면 이 책의 제호는 종작없는 소리로 보일 만도 하다. 기실 종작없는 말, 종작없는 짓을 면밀히 관찰해 거기서 실마리를 포착하고, 그것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해석을 통해 역사적 변동의 실체에 육박하는 태도야말로 이 책의 저자 진즈부르그가 열어놓은 역사 연구 방법이다. 언즉 ‘미시사,’ ‘미시사적 방법론.’
‘역사학’에 ‘방법론’까지 환기하는 이 책의 서술 태도나 문체는 차라리 소설을 방불케 한다. 기실 종작없는 이야기, 잗다란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마침내 처음-중간-끝이 분명한 한 편의 이야기로 우뚝 서는 것이 소설 아닌가.
이 책은 그러한 소설 가운데에서도 한 편의 법정극이다. 일상에서 떠들어댄 불경스런 말을 어떻게 해서든 변명해 살아남겠다는 이탈리아 한 촌부의 몸부림이 이야기의 한 축이다. 반대로 교회에 불경하고 윗사람에 건방지고 공동체에서 튀는 촌놈 하나를 어떻게 해서든 기필코 잡아 죽이겠다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결연한 의지가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 된다. 이 두 축이 씨와 날로 교차하고 경쟁하니 세부가 더욱 극적이 될 수밖에.

할리우드 영화의 법정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말 한 마디, 터럭 한 오라기가 실마리가 되어 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사지에서 놓여 나오기도 한다. 노련한 변호사와 노련한 검사 측은 배심원과 판사를 향해 시위하듯, 과시하듯 그 말 한 마디, 터럭 한 오가리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는 의미를 제거한다.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한 방법이 바로 할리우드 영화 문법이 특화한 법정의 드잡이를 환기하는 것이다. 아 물론, 문자 기록 특유의 강점인 세부의 풍부함 덕분에 이 책 속의 드잡이는 한층 여운이 깊다. 편집자는 이 책을 읽으며 속으로 내내 미크로코스모스를 아득였다.
한쪽은 달아나며, 한쪽은 쫓으며 직조된 이야기 속에 오롯이 축소 재현된 16세기 유럽사가 들어앉았다. 작년에 편집자가 손을 댄 최고의 원고였다.

--- 문학과지성사 인문 편집자

목차


이탈리아의 저명한 소설가 겸 전기 작가 나탈리아 진즈부르그의 아들. 1961년 피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UCLA에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 범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부터 현대 유럽사에 이르며, 미시사 방법론(microhistorical methodologies)의 선구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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