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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저자 : 아멜리 노통브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1
ISBN : 8932903336
책소개
일본사회의 경직성을 특유의 문체와 사건전개방식으로 선보인 자전적 소설『두려움과 떨림』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일약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아멜리 노통의 또 다른 문제작. 은퇴 후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 위해 외딴 지방으로 이사한 에밀과 쥘리에트 부부. 그들에게 오후 네 시만 되면 매일같이 찾아와 '네' '아니오'의 대답으로 두시간을 버티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열정을 단순한 구성과 우의적인 대사를 통해 형상화해 작가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 소설은 단순함과 블랙 코미디, 괴담 등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이전에 같은 출판사에서『반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목차
우리가 <우리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6시가 지나 있었다. 생긴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한 사람의 발자국이우리 집 무 앞까지 나 있었고, 이어 이웃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 특히 속절없이 한동안을 기다렸음을 증명하는 현관문 앞의 발자국을 보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발자국은 그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방문을 기다리지 않고 외출한 우리를 정말 돼먹지 않은 것들이라고 여겼을 베르나르댕 씨의 불퉁스러운 태도를 우리는 그 발자국 속에서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쥘리에트는 들떠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지나치게 흥분한 것 같았다. 동화 같은 그 산책에 이어 의사가 낙담하고 그냥 돌아갔다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흥분한 것 같았다. 아내의 생활은 너무나도 단조로운 것이었으므로, 대단한 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강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날 밤 아내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기침을 했다. 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눈을 맞으며 뛰어다니도록 내버려두다니, 수백 개의 눈송이를 삼키도록 내버려 두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