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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에서 경허까지
저자 : 박영규
출판사 : 정신세계사
출판년 : 1999
ISBN : 8935700754
책소개
제자 하나가 심각한 얼굴로 조주에게 물었다. '스님, 개한테도 깨달음이 있습니까?' 조주가 주저없이 대답했다. '없어.' 다음날 또 다른 제자가 와서 똑같이 물었다. '개도 사람처럼 깨닫습니까?' 조주가 주저없이 대답했다. '있지.' 제자가 의아한 듯이 다시 물었다. '그럼 개는 왜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까?' 조주가 말했다. '그건 개한테 물어봐.'
개에게 불성이 있느냐? 아니면 없느냐? 다른 말로 하면 천사에게 날개가 있느냐 없느냐, 또는 천사가 바늘 위에 설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렸다? 쓰잘데없는 관념에 매달려 있다. 그 쓸데없는 짓에 같이 부화뇌동할 필요가 있겠는가? 개가 불성이 있으면 어떻고, 또 없으면 어떻다는 것인가? 그것이 자네의 깨달음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조주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마디로 '견공에게 물어봐!'
목차
제 새끼들 다 죽이겠습니다. 백장이 대중을 모아놓고 불법의 위대함을 역설하고 있었다.
'불법이란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한때 어린 시절에 나는 불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마조선사께 아주 호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할! 하는 한마디에 사흘 동안 귀가 멍멍해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했다.'
백장의 법문이 끝난 뒤에 대중이 듣는 가운데 황벽이 말했다.
'스님, 저는 마조선사를 뵙지도 못했지만, 앞으로도 전혀 뵙고 싶지 않습니다. 이 말에 백장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걱정스런 말투로 타일렀다.
'너는 앞으로 마조선사의 뒤를 이어야 할 터인데, 그런 생각을 해서야 되겠느냐?'
'저는 마조선사의 뒤를 잇지 않겠습니다.' -중략-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황벽이 대답했다.
'마조선사의 뒤를 이었다가는 앞으로 제 새끼들 다 죽이겠습니다.'
제 새끼들 다 죽이겠다고? 그제야 백장이 황벽의 말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