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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맨발
저자 : 문태준
출판사 : 창비(창작과비평사)
출판년 : 2004
ISBN : 8936422383

책소개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문태준의 최근 시집이다. 낡은 풍경을 낡지 않게 보여주는 시인의 독특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목차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말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원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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