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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불칼
에덴의 불칼
저자 : 조성기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1992
ISBN : 8937400715

책소개


이 땅의 기독 청년들의 필독서처럼 되어 감수성이 예민한 그들을 관신의 위험에서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의 지나친 기대일까요. ----작가의 말에서.

미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미친 사람을 안미친 사람이 도와주다가 같이 미쳐간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저자는 암울한 시기에서 암울한 상황에 몰린 등장인물들을 통해 종교에 귀의와 자신과의 일체되는 육화를 갈구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 바, 이 이야기가 마치 실제했던 것처럼 자신의 개입은 철저하게 봉쇄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구에 대한 허구적 글쓰기 인지 아니면 논픽션에 입각한 작품인지를 구분해내려는 짓보다 독자로서 등장인물들이 내재하길 바라는 세상의 원천은 무엇인지 먼저 가려내는 게 더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목차


나는 앉은 자리에서 근방을 살펴보았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는 묘를 이장하면서 남긴 구덩이 바로 옆이었다. 그 구덩이 속에서는 잡초들이 떼지어 솟아 있었다. 그 잡초 덤불 아래는 구렁이라도 웅크리고 있을 것 같은 행세였다. 그때 캄캄한 산 속에 혼자 앉아 있는 자신을 새삼 의식했다. 막연한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은 죽음으로 허무하게 마감될 내 인생 전체에 대한 으스스한 불안으로 번져갔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하늘에서 어떤 큰 손이 내려와 내 전신을 내리누르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 힘에 짓눌리듯 맥없이 쓰러졌다. 하마터면 그 구덩이 속으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나는 누가 내 몸을 이렇게 누르고 있는가 알아보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려고 했다. 그러나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전신마비 현상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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