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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불칼
에덴의 불칼
저자 : 조성기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1993
ISBN : 8937400723

책소개


이 땅의 기독 청년들의 필독서처럼 되어 감수성이 예민한 그들을 관신의 위험에서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의 지나친 기대일까요. ----작가의 말에서.

미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미친 사람을 안미친 사람이 도와주다가 같이 미쳐간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저자는 암울한 시기에서 암울한 상황에 몰린 등장인물들을 통해 종교에 귀의와 자신과의 일체되는 육화를 갈구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 바, 이 이야기가 마치 실제했던 것처럼 자신의 개입은 철저하게 봉쇄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구에 대한 허구적 글쓰기 인지 아니면 논픽션에 입각한 작품인지를 구분해내려는 짓보다 독자로서 등장인물들이 내재하길 바라는 세상의 원천은 무엇인지 먼저 가려내는 게 더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목차


나는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자마자 숨이 컥 막히면서 기침을 토해내었다. 숨을 좀 진정시키고 나서 다시 빨아들였다. 기침이 나오려고 나오려고 하다가 간신히 멎었다. 건초더미 타는 내가 입과 코와 가슴속을 메웠다. 아, 담배는 풀이 타는 것이로구나, 제법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그 풀이 타는 연기를 음미하였다.

인간은 고체를 먹고 액체를 마시고 기체(공기가 아닌 다른 기체)까지 흡입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기체를 흡입하는 면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월등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기체를 흡입할 줄 모르는 인간이 다른 동물처럼 2차원의 음식 세계에서 살아온 셈이었다. 기체까지 흡입함으로써 3차원의 음식 세계로 들어가면서 더 높은 차원의 사고가 열리는 것일까. 저 담배의 불꽃처럼 뜨겁고 저 연기처럼 상승하는 사고가 말이다.

정말 담배연기에 취한 내 의식은 일종의 초월을 경험하고 있었다. 아. 군목도 신경안정제 대신에 이 담배를 피워보는 것이 더 나을텐데. 정미도 미국에서 담배를 피우며 현실을 초월했던들 그토록까지 의식이 파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나는 또 다른 담배를 찾아 자갈판을 기기 시작했다. 별들이 지켜보는 어둠의 밑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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