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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불칼
에덴의 불칼
저자 : 조성기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1992
ISBN : 8937400731

책소개


이 땅의 기독 청년들의 필독서처럼 되어 감수성이 예민한 그들을 관신의 위험에서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의 지나친 기대일까요. ----작가의 말에서.

미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미친 사람을 안미친 사람이 도와주다가 같이 미쳐간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저자는 암울한 시기에서 암울한 상황에 몰린 등장인물들을 통해 종교에 귀의와 자신과의 일체되는 육화를 갈구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 바, 이 이야기가 마치 실제했던 것처럼 자신의 개입은 철저하게 봉쇄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구에 대한 허구적 글쓰기 인지 아니면 논픽션에 입각한 작품인지를 구분해내려는 짓보다 독자로서 등장인물들이 내재하길 바라는 세상의 원천은 무엇인지 먼저 가려내는 게 더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목차


주희의 단정적인 말에 성민은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이 아이가 어떻게 토인비가 한 말을 그대로 하고 있나. 물론 그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이기도 했지만, 요즈음 <토인비의 자서전>을 훑어보고 있는 성민으로서는 그것이 새삼스럽게 부딪쳐오는 것이었다. 토인비는 <내가 믿는것과 믿지 않는 것>이라는 항목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듯 확증되어 있지 않은, 그리고 확증할 수 없는 주장이 우리의 인정을 얻는 것은 우리가 인정하기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열망은 우리 인간의 난처한 상태에 대한 자연적인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믿으려 드는 우리의 이 태도는 저항해야 할 결함인 것이다.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편이 좋다. 인간의 정신이 태어나면서 부터 갖추고 있는 지력을 최대한 다 활용하더라도 자기 혼자로는 대답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물은에 대해서 자신에 찬 대답을 한다는 것은 독단적인 교리가 주장하는 바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그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지적인 잘못일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잘못도 범하는 것이다.........
성민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이것은 비단 성경이나 교리를 믿느냐 안믿는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일 뿐만 아니라, 민식 목자의 노선과 방향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고 있는 회관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어럼풋이 느꼈던 것이었다.

(중략)

'선생님은 여행을 좋아하세요?'
'난 그 사람이 여행을 얼마큼 하느냐에 따라 그가 지니고 있는 자유의 분량이 측정된다고 생각해요'

(중략)

'합천 해인사에서 본 자수를 난 잊을 수가 없어요.......... 자수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거든요. 그중에서 색실자수를 하다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자수 뒷면을 보면 말이에요, 모든게 형체도 없고 혼란스럽기만 하죠. 그런데 그걸 돌려 놓으면 꽃이 되고 새가 되고 강이 되거든요. 난 거기서 인생도 이와 같은게 아닌가 생각해보죠. 어떻게 돌려놓고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백팔십도로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게 인생이 아닌가 하고 말이에요. 근데 난 아직 내 인생을 보는 각도를 못잡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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