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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저자 : 김욱동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02
ISBN : 8937411636

책소개


-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수사학의 역사
수사학의 영역
수사학의 기능
수사학의 갈래

- 소리에 따른 수사법
중간 휴식법
가음법
약음법
두운법
모운법
맡운법
각운법
의성법
의태법
호음조법
오음조법

- 의미 전이에 따른 수사법
은유법
직유법
환유법
제유법
의인법
의물법
반어법
역설법
모순법
동음이의어법
이음동의어법
괘사법
희오법
상징법
풍유법

- 문장 구조에 따른 수사법
대조법
전치법
치환법
교차 배열법
역순법
열거법
반복법
점층법
점강법
급락법
연쇄법
제시법
추가법
생략법
돈절법
쌍서법

- 감정에 호소하는 수사법
영탄법
돈호법
의문법
설의법
문답법
자문자답법
부정법
환어법
과장법
완서법
곡언법
완곡법
위악어법
용어법
현실법
예변법
숫자풀이법
글자풀이법

- 상호 텍스트적 수사법
인용법
인유법
경구법
속담법
고어법

참고문헌
찾아보기

목차


수사학의 모든 것에 관한 자세한 해설서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원리에서 생겨나고 작용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지니는가? 이 책에서 저자 김욱동 교수는 우리 일상 생활과 문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수사법 67가지를 간추려 깊이 있게, 그러나 누구나 알기 쉽게 이 물음에 답한다. 저자는 수사법이 없다면 인간은 언어 생활은 물론,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까지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사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말과 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더 잘 표현하고자 하는 독자 모두에게 이 책은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를 아는 것이 바로 수사학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수사학이라는 도시로 들어가려면 독자는 우선 다음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언뜻 보면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이길 것 같다. 그러나 답은 예상을 뒤엎고 소방관이다. 경찰관과 달리 소방관은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소방관과 장님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두 눈이 성한 소방관이 이길 것 같지만 이 물음의 답도 역시 예상을 뒤엎고 장님이다. 장님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널리 유행하던 이 난센스 퀴즈의 답은 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아무 재미도 없다. 이 퀴즈의 묘미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표현에 쓰인 수사법(수사학의 방법)의 효과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수사학rhetoric이라는 말의 어원은 <웅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이다. 원래 수사학은 <웅변을 잘하기 위한 기술, 곧 남을 잘 설득하는 기술>을 가리켰다. 우리말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마치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수사학은 바로 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를 논의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훌륭하게 표현해서 남을 설득할 것인가>가 그 관심사인 것이다.
그러나 남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기능 외에도 수사학은 말과 글을 아름답게 하는 기능과, 복잡한 의미를 압축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기능(예컨대 <인생은 나그네길> 같은 표현의 경우), 추상적 관념을 생생하게 표현하고(예컨대, <사랑은 한 마리 나비>), 일상적인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는 인식 전환의 기능(예컨대 모든 은유나 환유는 그러한 기능이 있다)까지도 가지고 있다.
흔히 수사학이라 하면, 그럴듯하게 늘어놓는 궤변이나 문학작품 속의 장식적인 문구쯤을 떠올리기 쉽다. <교언영색선인의(巧言令色鮮仁矣)>라는, 말을 교묘하게 꾸미는 것과 번지르르하게 화장을 한 낯빛은 의로운 사람이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말한 공자의 영향하에 있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수사학을 특히 가벼이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로 알고 보면 수사학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있으며 수사법을 쓰고 있지 않은 말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구성원들의 동감을 끌어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말을 해야만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힘을 얻는다. 따라서 효과적인 표현을 고민하는 수사학은 학문의 여러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같은 공익광고를 보라. 일상 생활에서의 수사학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세기는 수사학의 시대

서양에서 수사학이 시작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참주정치가 막을 내리자 백성들은 너도나도 참주들에게 빼앗겼던 땅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벌였다. 당시의 재판제도는 배심원의 의견이 판사의 결정을 좌우하는 식이었는데, 이 무렵의 배심원은 적게는 2백 명에서 많게는 5백 명에 달했다. 따라서 이 많은 배심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말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방법에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수사학 발전의 시초였다. 그후 소피스트들에 의해 수사학이 <궤변>을 가르치기까지 되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예컨대 소피스트의 하나였던 프로타고라스의 경우, 웅변술 곧 수사학을 가르쳐 수많은 돈을 벌어들였는데 그 결과로 <그 어떤 물건이라고 내다 팔 비열한 사기꾼>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웅변술을 중시하던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크게 융성하던 수사학은 서양사의 변천과 함께 부침을 겪다가, <진리란 은유나 환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프리드리히 니체에 의해 이제 세계를 인식하는 틀이 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철학에서는 수사학을 무기로 삼아 절대성과 일원론, 객관성을 옹호하는 주장에 공격의 화살을 퍼부어, 바야흐로 20세기 후반은 <수사학의 시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같은 수사학의 융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반면, 동양에서는 <문이재도(文以載道)>라 해서, 글이나 말을 마치 물건을 싣는 수레처럼 도를 싣는 그릇으로 보아 수사학이 발을 붙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 표현 자체가 비유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학이 얼마나 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가 곧바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수사학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중국에서는 오래된 고전인 [시경]에서 수사학의 중요성을 크게 다루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고려 시대의 최자나 이인로, 이규보를 비롯하여 조선 시대의 성현, 서거정의 글에서 수사학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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