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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03
ISBN : 8937480166
책소개
데뷔작『키친』에 이어 1988년에 발표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장편소설로, 어느 한적한 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소녀에서 여자로 탈바꿈하는 열아홉 살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바나나 특유의 예민한 감성과 문체가 '너무 맑아서 조금은 정처없고, 절박하기도 했던' 사춘기의 소녀의 내면을 잘 묘사해내고 있다. 바다 내음 속절없고, 잠은 오지 않는 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꿈꾸던 그 시절의 풍경이 물씬 밀려온다.
목차
"예를 들어서 말이야, 지구에 기근이 찾아온다고 해봐."
"기근? ...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니니? 감이 안 온다."
"야 좀,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니. 그래서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졌을 때, 난 태연하게 포치를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물론 나중에 훌쩍훌쩍 울고, 모두를 위해서 희생해 줘서 고맙다, 미안하다면서 무덤을 만들어주고, 뼛조각을 펜던트로 만들어 내내 걸고 다니는, 그렇게 어중간하게는 말고, 가능하면 후회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정말 태연하게 '포치, 너 정말 맛있더라.' 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 뭐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가느다란 팔로 무릎을 껴안고 황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츠구미의 모습과, 그녀가 하는 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커서 나는 왠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못돼 먹은 사람이 아니라, 좀 이상한 사람 아니니?"
나는 말했다.
"그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항상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는 자기 자신을 막을 수가 없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올바른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