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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과 그 형제들 - 전7권
저자 : 토마스 만
출판사 : 살림
출판년 : 2001
ISBN : 8952200640
책소개
토마스 만 스스로 자신의 최고의 걸작이라 뽑은 소설 『요셉과 그 형제들』이 마침내 우리 나라에 완역되어 출판되었다. 13년이라는 집필기간을 거쳐 70대에 완성한 이 책에 대해 그는 신화를 토대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인간에 관한 노래라고 표현한다. 총 4부작으로 완성된 이 소설은 구약성경 창세기 27장에서 50장까지의 이야기가 기초가 되었다.
목차
토마스 만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은, 4부작으로 되어있는 그의 장편소설 『요셉과 그 형제들』이다. 이 작품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인류 서사문학의 한 극점(極點)이기도 하다.
- 안삼환(서울대교수. 독문학)
■ 순수 집필기간 13년, 준비기간 16년
토마스 만 스스로 자신의 최고의 걸작으로 뽑은 소설 {요셉과 그 형제들}이 마침내 우리 나라에 완역되어 출판되었다. 이 장편소설은 1926년 12월에서 1936년 8월까지와 1940년 8월부터 1943년 1월까지, 약 13년이라는 긴 세월이 집필에 투자되었다. 자료를 찾기 위한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이 작품에 쏟아 부은 작가의 정열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작가는 독일 나치정권의 집권과 제2차세계대전, 그리고 스위스 및 미국 망명 생활 등을 경험했다.
총 4부작으로 완성된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시인하기도 한 작품이다. 잘 알려진, 그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겨 준 청년기의 작품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한 가문의 몰락}과 작가가 50대에 쓴 {마의 산}, 그리고 70대에 접어들면서 완성한 이 {요셉과 그 형제들}, 이렇게 세 소설을 스스로 평가하면서 작가는, 처음 것은 독일 소설이었고, 두번째는 유럽 소설, 그리고 세번째는 신화를 토대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인간에 관한 노래라 말하며, 이는 보다 풍요롭게 전개되어 간 정신의 성장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인류의 기원에 천착―성서와 신화 읽기
이 소설은 구약성경 창세기 27장에서 50장까지의 짧은 이야기가 기초가 되었다. 그래서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형제들에게 미움을 받아 이집트로 팔려가 재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토마스 만이 그려낸 이 거대한 상상력의 세계에 얼마든지 쉽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 소개된 요셉의 이야기는, 괴테의 표현 그대로 하자면 '너무 짧다'. 세계적인 문호 괴테는 작가라면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세세하게 그려내야 할 것만 같은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괴테가 이루지 못한 꿈을 토마스 만이 대신 실현한 것이다. 그는 <요셉>을 기독교 안은 물론이고 기독교 밖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읽힐 수 있도록 충만한 생명력으로 기록하고 있다.
토마스 만은 자신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 중의 하나가 나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는 종교사와 신학이 자신의 관심사가 되리라고 짐작도 하지 못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인생을 돌이켜보니 인간, 혹은 인류의 기원에 천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몰두하게 된 것이 성서와 신화라고 했다.
■ 작품에 흐르는 정신사적 배경
이 책의 정신사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작품이 쓰여질 당시 독일에서 신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제1권 [야곱 이야기]가 출판된 1933년은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한 해이다. 유대인과 슬라브 족을 증오하고 게르만 족의 부흥과 독일의 유럽 제패를 꿈꾼 히틀러의 나치즘은, 당시 독일인들에게 히틀러를 일종의 메시아로 받아들이게 했다.
당시 히틀러가 건설한 제3제국은 게르만 신화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신화의 구원시대로 인식되었다. 낭만주의 시대에 시작된 신화라는 테마는 니체를 거치면서 큰 활력을 얻었다. 특히 니체에 의해 언급된 '새로운 신화'(1871년)는 나치에 의해 왜곡된다. 이처럼 신화라는 테마가 '일상적인 구호'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한 셈이기도 하다.
토마스 만 또한 신화를 고민하면서 이런 흐름에 전혀 무관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니체로 소급되는 낭만주의적인 신화 연구를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했지만, 니체를 출발점으로 삼고 '새로운 신화'의 탄생을 왜곡하는 자들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마스 만은 이들을 나치즘의 선구자로 해석한 것이다. 토마스 만은 파시스트들의 신화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비합리적인 도취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성인이 앞장서고 있는 파시즘으로부터 신화를 빼앗아, 신화가 휴머니즘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기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오래 전부터 써오고 있는 {요셉과 그 형제들}도 바로 신화가 다시 휴머니즘을 위해 쓰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신화의 옷을 입은 주인공 요셉과 탐무즈-길가메쉬-오시리스-아도니스의 계보
이 소설은 다양한 신화들로 겹겹이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마스 만이 깨닫고 싶어하던 기원에 대한 답이 바로 '신화'라는 틀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화들은 모두 기원신화를 안고 있다. 즉 천지창조, 신들의 전쟁, 인류의 기원, 홍수 이야기 등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록 다르지만 각각이 포함하는 요소는 거의 엇비슷한 기원신화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토마스 만은 이들 신화들이 독자적으로 자생한, 독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화가 시대가 흐르면서 옷을 갈아입듯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모태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인 것이다.
토마스 만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인 요셉을 가리켜 '신화를 가지고 노는 사기꾼'이라고 익살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요셉이 그리스 신화의 티폰의 계보에 속하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탐무즈와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아도니스와 디오니소스로 이어지는 유형이라고 했다. 고대인들은 특히 신화 속의 인물과 자신들을 동일하게 여기곤 했는데, 요셉 또한 바빌론과 이집트의 세력권에서 살았던 그곳 신화에 등장하는 탐무즈라든가 오시리스를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고대인답게 그 신화 속의 영웅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였다는 것이다. 고대인은 현대인과는 다른 자아를 가졌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었다. 스페인의 문화철학자인 오르테가 이 가세트 Ortega y Gasset는 "고대인은 뭔가 하기 전에 한걸음 뒤로 물러나 과거에서 전형을 찾아보고 마치 잠수복을 입듯이 그 안에 미끄러져 들어가 안정감을 얻은 다음 현실의 문제로 뛰어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화는 흔히 삶의 원형(아키타이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을 갖지 않는 하나의 경건한 고정틀, 생명이 피와 살로 그 틀을 채워 넣을 때마다 되살아나는 것이 신화라는 말이다. 작가는 신화의 반복으로 여긴 고대의 인물로 클레오파트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 증거는 그녀의 죽음이라고 했다. 가슴에 독사를 올려놓고 죽은 클레오파트라. 그것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이쉬타르, 이집트 신화의 이시스를 재현하는 삶이었다. 이쉬타르는 흔히 뱀옷을 입은 모습이거나 아예 목에 독사를 감고 있는데,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지 알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수의 삶 또한 기존의 종교적 문화유산이 모두 투영된 것이므로, 그의 이야기 또한 구약성서(또는 신화)를 원형으로 한 위대한 삶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