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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별 통신
저자 : 나라 요시토모
출판사 : 시공사
출판년 : 2005
ISBN : 8952742370
책소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하드보일드 하드 럭』표지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로 잘 알려진 요시토모의 국내 첫 단행본. 그의 작품과 사진, 스케치 등을 통해 신비에 가려 있던 나라 요시토모의 삶과 예술을 읽는다.
천진한 어린아이들의 얼굴에서 슬픔과 반항적인 눈빛을 읽게 만드는 나라 요시토모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국내에 출간된 한 권의 저서도 없지만 그는 이미 많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하지만 보기만 해도 그의 그림임을 가려낼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나라 요시토모. 그가 그리는 귀엽고 순진한 어린아이의 허무하고 차가운 표정, 공포감 혹은 지독히 표독스러운 몸짓이 신선한 자극을 던져 준다.
이 책은 저자의 출생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시기별로 나누어 아티스트로서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겨우내 방 안에서 옹송그린 채 그림만 그려댄 어린시절의 그와 보따리 짐을 싸가며 대학을 다닌 그, 유럽을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림에 대한 이상을 키워가던 그와 자신과의 치열한 대화를 통해 그림을 완성하는 그, 한 전시를 기획하며 고뇌하는 그와 한 전시를 성공리에 마치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그, 락을 들으며 친구들과 감각을 나누고 그림으로 타인에게 말을 거는 장난기 서린 그가 있다. 또한 그림과 사진, 직접 그린 작업실 평면도 등 213컷에 이르는 도판을 게재하여 읽는 즐거움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목차
생활 자체가 불안정한 외국에 살면서 나의 그림은 큰 변화를 겪었다. 기본적으로는 일본에서 그렸던 ‘아이들’이나 ‘동물’ 모티브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전에는 배경에 풍경 등을 그려 보는 이에게 설명하려 한 데 반해 독일에서 온 뒤부터는 보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내게 소중하고 중요한 것만 그렸다. 그래서 밋밋한 색상의 배경에 아이나 동물만 부각되는 그림이 되었다. 그 ‘아이들’이나 ‘동물’은 결국 나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데, 설명적인 배경 처리가 없어졌다는 것은 일본이란 정들고 낯익은 장소를 떠남으로써 그 장소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것들로부터 해방되었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그림은 타인과 마주하기보다는 나 자신과 마주하여 태어난 것들이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이미지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태어난 그림이다.
(...)
폐허에서 집을 짓는 남자들
붕괴된 건물들의 거리
머리 위로 펼쳐지는 드넓은 하늘로 연을 날리는 남자아이들
손을 잡고 웃는 여자아이들
우리는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에 셔터를 눌렀다.
(...)
지금 『작은 별 통신』을 다시 읽어보니 문장은 어눌하고, 일본 사람인데 일본어의 문법에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쓰지 못한 개인적인 부분은, 내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려고 합니다. 이 책에는 괴로워하면서도 미술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 내가 있고, 한껏 허세를 부린 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미술을,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내가 있습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나도 상처를 입고, 그런 연속이라 한심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통해서 나란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