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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서커스
저자 : 천운영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5
ISBN : 8954600522
책소개
2000년대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여성작가 천운영의 첫 장편소설. 낯선 소재와 개성 있는 문체, 새로운 형식으로 발표하는 단편마다 화제를 모았던 작가의 이번 소설은, 그녀의 또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준다.
어린 시절, 나를 위해 서커스를 해 보이다 목을 다친 형을 결혼시키기 위해 나는 형을 데리고 연길까지 간다. 맞선여행에서 만난 작고 가녀린 여자. 형과 나는 여자의 고향에서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여자는 어머니를 몹시 따르고 어머니 역시 그런 여자를 예뻐한다. 그런데 어느 사이 여자가, 형수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여자의 여정은, 짐작처럼 쉽지가 않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어머니와 남편이 있는 집에서 다시 길 위로, 그녀의 여정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공중에서부터 내려온 한 줄 천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서커스 단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인생은, 한판 서커스가 아닐까. 외줄 하나에 걸려 있는 인생이라는 슬픈 곡예.
목차
“한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함부로 날뀌는, 아무래도 다스려지지 않는 지독한 열병이었다. 숨이 막히고 열꽃이 피는 한 시기가 지나고, 몸에는 온통 상처만 남았다. 열병을 앓고 난 후 사랑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꼭 상처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잠시 들었던 따뜻한 품속, 잠시라도 받았던 위안, 그것이 사랑이었다. 그러고 보니 상처도 사랑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