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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저자 : 오현종
출판사 : 이룸
출판년 : 2004
ISBN : 8957070907
책소개
『세이렌』은 1999년 단편 <중독>으로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신인상 하반기 신인공모를 통해 데뷔한 작가 오현종의 첫 창작집이다. 데뷔 이래 줄곧 견지해온 생을 추동하는 기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고 영상미 넘치는 문체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가 4년여에 걸쳐 발표했던 10편의 단편들을 담았다.
표제작인 <세이렌>을 비롯하여 신인상 당선작이었던 <중독> 등 이 책에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이라는 낯익은 모티프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내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낯익은 내용 요소를 통해 오현종은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추동력, 치열한 존재증명이라는 밀도 깊은 삶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저변에 기존의 서사 양식을 전복시키는 위력을 갖춘 탄탄한 서사 양식에 대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심사위원이자 선배 작가인 유재용, 윤후명은 <중독>에 대한 공동 심사평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남녀를 이색적인 공간 속에 설정하여 그 ‘관계’에서 현대인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감각이 돋보였다. 어쩌면 피상적으로 읽히기도 하는 장면들이 오히려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것도 매력이었다”라고 평하고 있다.
피상적일 수 있는 장면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 낯익음 속의 낯설음. 그것이야말로 오현종 작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것은 곧 피상적인 모티프들의 안쪽에 변주되는 밀도 깊은 의제를 다루는 작가의 힘이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오현종의 소설에는 ‘사랑’ ‘기억’ ‘죽음’, 이 세 가지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이 셋은 서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때론 작중인물을 지탱하는 삶의 동인으로, 그리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기제로서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작용한다. 그 셋의 가운데에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상희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 오현종은 ‘현재적으로 승인된 과거’인 소설 형식의 핵심에 기억이 놓여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승인하고, 그것이 서사 구성과 작중인물의 정체성, 소설 주제와 문체에 골고루 분배된 다양한 유형의 소설 쓰기를 시도해왔다.”
즉 ‘기억’은 소설의 핵심인 동시에 작중인물의 삶의 핵심이기도 하다. 소설을 직조해나가는 내용에 기억이 관여하는 한편, 직조되는 모양새에 또한 기억이 관여한다. 이야기를 현재화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현재에 의미를 부여/박탈하는 심층으로 작용한다. 인물들이 기다리고 구원을 바라는 축에는 항상 기억이 놓여 있고, 소설가는 기억을 재편성해서 타자에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기억을 영속하기 위해 인물들은 죽음으로써 생을 완성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