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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눈금
시간의 눈금
저자 : 이윤기
출판사 : 열림원
출판년 : 2005
ISBN : 8970634584

책소개


『시간의 눈금』은 '사람'과 '여행지', '자연' 그리고 작가의 오랜 사유물인 '신화'에 대한 경계가 없는 전방위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참전군인으로 다녀온 베트남에서의 기억들, 몽골과 중국, 미국에서의 기록들, 가족과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 그림과 언어, 신화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과 글로 남겨야 하는 작가의 기록물이다. 53편의 산문들에서 작가는 일관되게 유목민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사유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3년 전 부터 작가는 신화가 변하지 않듯 선산 자락도 변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은행나무, 산수유, 느티나무, 목련 등을 천 여 그루 넘게 심었다. 독자들은 그가 심은 나무 그늘과 꽃, 열매를 당장 즐길 수는 없지만 『시간의 눈금』을 통해 '사유의 자유' 만큼은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그러셔. 누가 말려. 형은 상행선 나는 하행선, 좋다, 이거여"
나는 문학동네 바깥사람들이 쓴 글에 관심이 많다. 명배우 김명곤(지금은 국립극장장)의 책 《꿈꾸는 퉁소쟁이》는 내 손으로 만들기까지 한 책이다. 하지만 김명곤은 외국문학을 공부하고 잡지 기자를 지낸 사람이니 문학동네 바깥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수 양희은의 책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과 조영남 형의 《놀멘놀멘》정도는 되어야 문학동네 바깥 사람들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런 책에 관심을 가지는 데엔 까닭이 있다. 아무 까닭도 없이 쌍나팔 불로 나서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지요, 라는 질문을 나느 자주 받는다.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 것이 아니고, 글 쓰는 일을 아주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되어요, 하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초보자의 입단은 번번히 좌절되고 만다. 되풀이해서 쓴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기만 하면 초단은 된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여느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가?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제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의 글을 읽을 때 유의해야 할 것은 그가 구어체 문장을 쓴다는 점이다. 그의 책은 내용이 어려운데도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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