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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아 어딨노?
산나물아 어딨노?
저자 : 편해문
출판사 : 소나무
출판년 : 2006
ISBN : 8971398116

책소개


‘시집 온 새댁이 나물 이름 서른 가지를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옛날, 나물이 민중들의 삶과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었는지 일러준다.
<산나물아 어딨노?>는 야생화로만 알고 있는 들풀들이 봄날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옛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먹을거리였는지를 할머니들의 입으로 들려주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에 사시는 김수연 할머니(68)는 그때를 이렇게 떠올린다.

“나물죽만 먹으면 붓는다카이. 얼굴이 막 푸석해. 칠기(칡) 뿌리 막 캐가 뚜드리가 그거 가지고 해먹고 이랬다카이. 그래가 먹고 살았어. 우에(어떻게) 그코(그렇게) 못살았을꼬.”
“옛날에는 쌀을 한 줌 넣고 그 나물 한 재이(주먹)를 마구 솥에다가 틀어넣고, 겉은 솥, 검은 거 쇠솥, 그런 데다 틀어 여가(넣어) 막 그렇게 해서 먹었다. 오새사 양념(별식)으로 먹잖아.”

봄날 아이들은 어른들을 따라, 친구들과 어울려 산나물을 하러 다니며 글자보다도 먼저 산나물의 얼굴을 익혔다. 언제쯤 어디로 가면 어떤 나물이 나는지 배우고,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서로 부르며 다녀야 한다는 것이 삶의 공부였다. 먹는 나물과 못 먹는 나물을 가려 집에 와서 삶고 우려, 말려서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잘 보관했다가 이 묵나물로 겨울을 나고, 새 나물이 날 때까지 봄을 견디는 것이다. 사람과 산나물이 어울려 산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산나물의 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목차


산나물 민속지와 실용 도감을 한 권으로 만난다
지은이 편해문 씨가 할머니들을 찾아다니게 된 것은 기존 식물도감에 나열된, 삶과는 동떨어진 산나물 정보에서 느끼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나물도감이라고 나온 책에도 꽃이 피어 나물로 먹을 수 없을 때 찍은 사진이 실려 있으니 나물할 때 가지고 다녀도 찾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은이는 민속학 전공자답게 산나물 민속지를 써내려가는 한편,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산나물 사진을 충실히 찍고 기록해 도감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산나물에 대해 일러주는 김연수 할머니가 실제로 알고있는 나물은 아흔 가지가 넘었는데, 책에는 흔히 찾을 수 있고 먹기도 하는 나물로 일흔 가지를 뽑아 실었다. <산나물아 어딨노?>는 기존의 도감에서 다루지 않아 산나물에 대한 인문 정보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시원한 해갈이 될 것이다.

안동 사투리로 쓴 아주 특별한 산나물 도감
해열, 해독에 좋은 맛있는 산나물 ‘뚝갈’을 안동에서는 개미가 많이 달려든다고 ‘개미치’라고 하고, 울산만 내려가도 ‘야고디’라고 한다. 또 ‘참꽃마리’를 안동에서는 ‘미물나물’, 울산에서는 ‘토끼귀나물’이라고 한다. 나물은 지역마다, 심지어 동네마다 이름이 달라지기도 해서 이름만 듣고는 알기가 어렵다. 이 책에서는 기존 도감의 형식과는 반대로 안동 할머니들이 부르는 사투리 나물 이름을 기본으로 삼고 학명은 작게 덧붙여 놓았다. ‘찾아보기’에서 학명으로도 나물을 찾을 수 있게 해두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잎이 명태 주둥이를 닮아서 ‘명태취’, 많이 꺾으면 손이 맵다고 ‘꼬칫대’, 놋젓가락처럼 길게 올라와서 ‘놋절나물’, 곰이 나오는 깊은 산에서 난다고 ‘곰취’, 나물 이름의 유래와 이유를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상으로 만나는 살아있는 산나물
안동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서명정 감독의 작업이 없었다면 우리는 산나물의 진짜 얼굴의 반쪽만 보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 설명과 사진으로도 산나물의 모습을, 평생 산나물을 해 온 할머니의 심정을 다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산나물은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쏟아내는 사투리와 꾸밈없는 모습은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애잔함을 주기도 한다. 책과 영상의 내용이 좋은 짝을 이뤄 책 읽는 깊이를 더하고, 다큐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넓혀 준다.

산나물아 어딨노?
“으너리야 더너리야 모시딱지 쇠딱지야
고두설기 시설기야 밤나물아 참나물아,어딨노?”
책 제목 ‘산나물아 어딨노?’는 김수연 할머니가 나물할 때 하는 노래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 나물이 더 잘 보인다고 하셨다. 또 한편으로는 당신이 돌아가시면 누가 나물을 하겠냐고, “다 시뿌지(쇠어버리지)” 하신다.
할머니 세대가 먹고 살기위해 절박하게 나물을 찾았다면, 이제 우리 세대는
할머니들과 함께 사라져버릴지 모를 산나물을 가슴 아프게 찾고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산나물아 어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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