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검색
본문
Powered by NAVER OpenAPI
-
바둑두는 여자
저자 : 샨 사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 : 2004
ISBN : 8972752932
책소개
1930년대 일제 침략기의 만주, 혼돈의 도시를 부유하는 한 중국 소녀와 일본군 장교가 스쳐가는 바람처럼 만나 바둑을 둔다. 중국과 일본, 관능과 이성의 두 멘털리티가 흑돌과 백돌이 되어 운명의 바둑판 위에서 벌이는 비극적 사랑의 이중주. 결벽에 가까우리만치 갈고 다듬은 단어와 문체는 자아를 찾아 몸부림치는 소녀의 성장기와, 사랑이라는 감정의 푹풍우에 휘말려 마침내 '죽음'으로 종지부를 찍은 청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목차
멀리,한 아가씨가 혼자 바둑에 몰두해 있다. 일본에서는 남자들이 드나드는 장소에 여자 혼자 머무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다가간다.
여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리다. 그리고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다. 그녀는 손바닥에 머리를 기댄 채 생각에 빠져 있다. 바둑판 위에 그럴듯하게 놓인 돌들이 나로 하여금 더 주의깊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녀가 고개를 든다. 넓은 이마, 정교하게 그린 버들잎 같은 두 눈, 열여섯 살 적의 뤼미에르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 환상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수습 게이샤에게는 수줍어 한껏 움츠린듯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중국 소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도 전혀 낯을 붉히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창백해야 미인으로 쳐주기 때문에 여자들은 될 수 있으면 볕을 피한다. 야외에서 바둑을 두어 살짝 그을린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매력이 배어 있다. 내가 눈을 내리깔기도 전에 그녀의 시선이 내 눈동자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