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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출판사 : 소담출판사
출판년 : 2005
ISBN : 8973818597
책소개
세련된 문체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사랑 받아온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에는 남자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도쿄 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로 도쿄에 사는 스무 살 남자 아이들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연인과의 동거라든지,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불륜이라든지, 에쿠니 가오리 소설 속의 사랑은 모두 특이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사랑뿐이지만, 등장인물들은 결코 고통스럽거나 비관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 작품,『도쿄 타워』 역시 마흔 살 여자와 스무 살 남자의 만남을 그리며 또 한번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의 풍경들은 우리가 겪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두 남자, 토오루와 코우지는 모두 40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관계는 판이하게 다르다. 토오루는 하루 종일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녀와 '함께 살기' 혹은 '함께 살아가기'에 대해 고민한다. 반면 코우지는 귀여운 또래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면서 틈틈히 연상의 여인인 키미코와 만나는 관계를 취한다. 과연 토오루는 '함께 살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버리는 건 내쪽이다'라고 정해놓은 코우지는, 과연 원하는대로 쿨하게 이별할 수 있을까?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더 힘든 연애를 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더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결론을 내려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더 많이 좋아하는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질투, 불안, 열정 등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품게 되는 감정들을 투명하게 드러낸 이 작품은 일본에서 영화화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곧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목차
"규칙?"
이라고 되물었을 때만 해도 키미코한테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뒤이어 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코우지한테 그런 게 있어?"
라고 말한 키미코의 말투에는 우습게 여기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있죠."
코우지는 대답했다. 차안은 난방이 너무 잘 되었고, 환기를 위해 아주 조금 열어놓은 창으로 찬바람이 알맞게 흘러 들어왔다.
"돈은 받지 않는다거나."
코우지의 말에 키미코가 발끈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쯤에서 그만 두었어야 했다고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
"그밖에는?"
그러나 뒤이은 키미코의 물음에 코우지는 말을 이었다.
"아이가 있는 여자한테는 손을 뻗지 않는다거나."
몇 초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아이가 없는 여자면 된다는 거야?"
라고 말한 키미코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딱딱했다.
"나는 조건이 좋았다, 그 말이지?"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귀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장난해, 지금?"
키미코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흥분해 버린다.
"봐요, 키미코, 앞을 보고 운전해요, 위험해."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코우지는 당황하며 달랬다.
그러나 키미코는 듣지 않았다.
"규칙? 그게 뭔데?"
키미코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웃기지 말아, 뭔데, 그까짓게. 급기야 차를 길가에 세우고 절박하다 싶은 음색으로
"이제 지겨워, 이런 거."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