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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사생활
식물들의 사생활
저자 : 이승우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0
ISBN : 8982813233

책소개


『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승우의 신작 장편. 진지한 주제로 독특한 소설 영역을 확보하는 그만의 특유한 글쓰기로 『식물들의 사생활』에서도 독자들에게 글 읽기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본작에서는 사랑에 대한 평범하고도 진지한 주제로 정말 많이,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에서 사랑을 다루고 있어, 읽고 난 후에 독자들은 평범한 연애소설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을것이다.

목차


현실을 향해 달려가는 그 자동차 안에서, 그는 자기가 지금까지 헛 살았고 가짜로 살았다고 고백하듯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면 놀랄 것이다. 이젠 그렇게 살지 않을 거다. 윤희가 나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그녀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그 대신 그에 대한 자신의 전적인 신뢰를 표시하는 뜻으로 그의 품 속에 안겼다. 정말이지 정치 같은 것에는 티끌만큼이 관심도 없었다. 그녀의 관심은 오직 그 남자 한 사람이었다. 그것으로 그녀는 말이 필요없다는 뜻을 전했고, 그것으로 그는 말이 필요없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그들은 오래 침묵했다.

"내가 당신에게 희망인 것처럼 당신은 나의 희망이에요. 난 언제나 한 자리에 있을 거예요."

차에서 내리기 전에 그녀가 한 말이었다. 그는 고맙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그는 손수건을 건냈다. 그녀는 그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그것을 손에 말아 쥐었다. 그것이 긴 이별의 시작일줄을, 그녀는 몰랐다. 그렇지만 예감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차가 떠나갔는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와서 견딜 수 없었다고 어머니는 회상했다.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터져올라오는 듯한 무겁고 비장한 슬픔이 목을 타고 넘어오더라고, 참으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 처음에는 실처럼 가느다랗던 울음이 폭포수와도 같은 오열이 되고 통곡이 되어 땅바닥에 그녀를 주저앉히더라고, 그것이 그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징후가 아니었겠느냐고 어머니는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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