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저자 : 이성복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1
ISBN : 8982814434

책소개


글 되어 나오지 못한 이성복의 독백, 혹은 넋두리, 결국 가장 솔직하고도 용기있는 몇 마디 말들이 책으로 묶였다. 절대 그럴 리 없겠는데, 이 책에 실린 모든 짤막한 글들이 밤에 씌어졌다고 믿게 되는 것은 왜일까? 갑자기 찾아온 반갑지 않은 상념에 자기 위해 껐던 전등을 다시 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이성복에게도 있었으리라 짐작하고, 공감하며 반가워 하게 되는 것은 그저 짝사랑하는 이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찾아들어가리라 맘 먹고 한 마디씩 했던 말들을 그저 그 한 마디 써놓고 손을 놓아버렸던 날, 그는 책 속에서 내게 말했다. "당신의 고통도 나의 고통처럼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 책은 1990년 도서출판 살림에서 간행되었던 『그대에게 가는 먼 길』에 실린 단상들을 저자가 새롭게 간추려 엮은 것이다.

목차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바다는 전혀 다르다. 살아 있는 내가 죽어 있는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밖에 보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 왜냐하면 내 삶은 죽음을 억압하는 일 -- 내 뚝심으로 죽음을 삶의 울타리 안으로 밀어넣는 노력 외에 다른 것이 아니므로. 어느 날 죽음이 나비 날개보다 더 가벼운 내 등허리에 오래 녹슬지 않는 핀을 꽂으리라. 그래도 해변으로 나가는 어두운 날의 기쁨, 내 두 눈이 바닷게처럼 내 삶을 뜯어먹을지라도.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