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검색
본문
Powered by NAVER OpenAPI
-
아득한 회색, 선연한 초록
저자 : 김윤식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3
ISBN : 8982816577
책소개
머리말 - 학술기행이란 무엇인가 - 아득한 회색, 선연한 초록의 틈새
1. 학술발표의 현장감
시카고, 프롤레타리아문학, 델피 신전에의 행렬도
이중어 글쓰기와 민족 에고이즘
북한문학 연구자들과의 어떤 만남들
유럽에서의 한국학의 표정들
태평양 연안 지역 한국문학 연구 현황
2. 작품의 근원을 찾아서
이광수와 더불어 바이칼 호에 가다 - 아르쿠츠크에서의 『유정』읽기
관념과 감각 사이 - 호치민 시, 「몰개월의 새」, 그리고 위디푸
피로함의 근원을 찾아서 - 기노사키 문학 기행
헤이안 문화와 일본 근대문학 - 『고도』『세설』『금각사』
3. 발표문의 논리적 표정
국민국가의 문학관에서 본 이중어 글쓰기 문제
문학적 과제로서의 '민족 에고이즘'
한국 근대문학사의 시선에서 본 카프문학
한국 근대문학사의 한 시선에서 본 김소운
목차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근대문학 연구가이자 열정적인 다산성의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의 '학술기행'. 해외 한국문학 관련 학술대회의 참관기, 문학 작품의 근원을 탐색하는 심미적 여행기,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발표 논문들을 엮었다.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왕성한 활동력, 섬세한 감수성과 통찰이 고스란히 담긴 이 글들은 기행과 사유와 학문과 문학이 결합된 글쓰기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학술기행이란 무엇인가
머리말에서 저자는 대뜸 '학술기행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대답 대신 난데없이 『파우스트』에 나오는 '회색의 이론과 초록의 황금나무'의 비유를 든다. 고백하건대 자신의 지난 날들은 아득한 회색의 이론과 초록의 환각의 틈새에서 쉴새없이 회의해온 것에 다름아니었다고. 그 긴 세월을 지나 어느 길목에서 '아득한 회색과 선연한 초록'을 동시에 목도한 경험이, 그 길목의 풍경을 보여주고자 하는 충동을 낳았다고. 요컨대 그의 학술기행이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우리의 근대문학에 대한 그의 사유와 성찰과 그의 실존적·미학적 인식이 한데 겹쳐진, 그 자체 아득한 회색이자 선연한 초록인 경지의 기록이다.
김윤식 교수의 기행은 이름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그의 기행은 예컨대 시카고라는 한 장소에서 『무정』의 두 주인공과 임화의 시, 프롤레타리아문학과 황금시대에의 꿈을 두루 거쳐가는, 정신의 여정이다. 베트남의 호치민 시에서 감각과 관념 사이에 끼어 실패했음을 토로하고, 기노사키에서 환각과 피로함의 정체를 따라가는 이 기행에는 장소와 풍광에 대한 감각 뿐 아니라 장소에서 비롯되는 관념과 환각, 문학에 대한 박학과 열정이 뒤엉켜 치열하다. 사실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뛰어난 연구와 동시대 문학에 대한 꼼꼼한 비평, 그리고 예술과 문학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으로 특징지워지는 그의 활동 전체가 어떤 기행에 비견될 수 있다. 기행이라는 형식은 그에게 이르러 비로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