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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미스 프랭
악마와 미스 프랭
저자 : 파울로 코엘료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3
ISBN : 8982816860

책소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그리고 일곱번째 날...' 3부작의 마지막 권. '그리고 일곱번째 날...'은 사랑(<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죽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부와 권력(<악마와 미스 프랭>) 등 삶의 본질적 문제에 맞닥뜨린 인간이 1주일 동안 겪는 사건을 통해, 생의 의미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찰하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무대는 프랑스의 산골마을 베스코스. 그곳에 낯선 이방인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방인은 마을 호텔의 여종업원인 미스 프랭에게 막대한 양의 금괴를 보여주며,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제안을 한다. 평범하게 살아왔던 베스코스 주민들은 선악에 관한 악마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목차


'남편 말이 맞았어.'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무도 몰랐을 거야.'

나이를 알아맞히는 것은 그녀의 특기가 아니었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로 보였다. '젊은 놈이군.' 노인들이 흔히 평가하는 방식대로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가 마을에 얼마나 머물지 궁금했다. 오래 머물 작정은 아닌지 작은 배낭만 하나 달랑 메고 있었다. 어쩌면 단 하룻밤만 묵고 그녀가 모르는, 그리고 그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운명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집 문턱에 앉아 그 숱한 세월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그곳에서 태어난 그녀가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익숙했던 풍경인, 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으니까.

예상대로 그는 호텔로 들어갔다. 베르타는 아무래도 신부를 찾아가 이 달갑지 않은 방문에 대해 얘길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부는 분명 그녀의 말에 귀길울이지 않을 것이다. '노인네들은 정말 엉뚱한 생각만 한다니까'하고 묵살할 게 분명했다.

'좋아,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러 가자. 폭풍우, 토네이도, 눈사태가 단 몇 시간 만에 2백 년의 풍상을 견딘 나무들을 무너뜨리듯 악마가 마을을 풍비박산 내는 데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을 거야.'

그 순간 갑자기 그녀는 베스코스에 악마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삶의 흐름을 조금도 바꿔놓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 순간 악마들은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훌쩍 가버리지만 그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이 방해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때로는 단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기 위해, 때로는 이런저런 영혼을 염탐히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배회한다.

그러다가도 변덕이 심한 그들은 아무런 논리도 없이, 또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싸움의 즐거움에 이끌려 곧잘 표적을 바꾸곤 한다. 그런데 베스코스에는 누군가의 관심을 하루 이상 붙들어둘 만큼 흥미롭거나 특별한 것이 전혀 없다고 베르타는 생각했다. 그 누군가 암흑의 사자만큼 중요하고 바쁜 존재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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