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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의 하루
저자 : 너새네이얼 웨스트
출판사 : 마음산책
출판년 : 2002
ISBN : 8989351294
책소개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과 동시대를 호흡한 천재작가로 손꼽히지만 정작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네새네이얼 웨스트의 작품. 최초의 반(反) 할리우드 소설이라고 평가되는 작품으로, 1930년대 헐리웃으로 부나방처럼 몰려든 배우와 영화 제작자, 그 언저리를 부유하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미국 대공황기의 암울한 사회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치 1930년대 '헐리웃'이라는 공간을 영화로 찍기 위해 구성한 듯, 그렇게 소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세트물 같다. 묘사도 뛰어나고, 일단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읽듯 문장이 쑥쑥 넘어간다. 재밌고 흥미롭다.
목차
"사랑은 자판기 같지 않아?" 클로드가 말했다. "그건 그리 나쁜 것도 아니야. 동전을 넣고 레버를 쭉 내리면 되는 거야. 그러면 자판기의 내부에서는 기계적인 동작이 발생해. 자네는 자그마한 과자를 받고서 지저분한 거울에 비친 자네 모습에 인상을 한번 쓰고 우산을 꼭 잡은 뒤 걸어가기만 하면 돼.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처럼. 이건 아주 좋아. 하지만 영화에는 맞질 않아."
토드는 또다시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사랑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나는 최근에 한 여자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그건 호주머니에 감추기에는 너무 큰 그런 물건이에요. 서류가방이나 작은 여행가방 같은 거예요. 그래서 나는 아주 불편해요."
"나도 알아, 안다구. 그건 늘 불편해. 먼저 오른손이 피곤해지고 그 다음에는 왼손이 피곤해지지. 그래서 자네는 그 여행가방을 내려놓고 그 위에 앉아버리지.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면서 자네를 쳐다봐. 그래서 딴 데로 가야만 하지. 자네가 그 가방을 나무 뒤에 숨기고 급히 달아나면 누군가가 뒤쫓아오면서 그것을 돌려주지. 자네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건 싸구려 물건이 든 소형 여행가방이었지만, 저녁에 퇴근해 돌아오면 네 귀퉁이에 놋쇠가 달리고 외국 딱지가 많이 붙은 대형 트렁크가 되어 버리지. 나도 알아. 그건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영화로 만들 거리는 아니야. 영화를 보아줄 사람을 생각해야 하거든. 가령 퍼듀의 이발사를 한번 생각해보라고. 그는 하루 종일 남의 머리를 깎아서 저녁에는 피곤하단 말야. 그는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자판기 앞에서 고민하는 그런 멍청이에겐 전혀 관심이 없어. 이발사가 원하는 건 번쩍거리는 사랑과 매혹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