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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반짝이다
별처럼 반짝이다
저자 : 지수현
출판사 : 눈과마음
출판년 : 2003
ISBN : 8989433754

책소개


프롤로그 - 응급실 ; 한밤의 천둥 소리

1. 불꽃놀이 - 반짝반짝 빛나는
2. 신혼 - 아리도록 달콤한
3. 사고 - 눈뜨고 꾸는 악몽
4. 신고 -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
5. 희망사항 - 공룡이 되고 싶어
6. 자장가 - 잠들 수 있는 마법의 약
7. 접촉 - 백 일, 혹은 백만 년 만에
8. 1995년 7월 29일 오후 3시 38분 - 사랑에 빠지다
9. 준희 - 샬로메, 혹은 인서의 열병
10. 거짓말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짓
(...)

에필로그 - 별처럼 반짝이다
작가 후기

목차


처음 연락을 받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을 때 인서는 아내 준희의 얼굴을 못 알아볼 뻔했다. 그가 알고 있는 갸름하던 준희의 뺨이라고는 상상이 가지 않는 형편없이 부푼 뺨, 언제나 별처럼 반짝이던 두 눈동자는 이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붓고 멍들어 있었고 장미 꽃잎 같던 입술은 터지고 찢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갈 무렵 걸쳤던 야구 셔츠 대신 입은 환자복 아래 팔다리에도 여기저기 멍자국이 박혀 있었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인서가 준희를 못 알아볼 정도로 그녀는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망가진 인형.
언젠가 조카 혜리가 가지고 놀다 망가져서 버린 인형처럼.
“준희야?”
아내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서는 깨지고 부서진, 그래서 병원 침대에 기절한 듯 누워 있는 그녀의 팔을 만졌다. 그런데 바로 인서의 손이 그녀의 팔에 닿는 그 순간, 기절해 있으리라 생각했던 여자의 입술에서 뜻밖에도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아악! 나 만지지 마! 만지지 마! 죽여버릴 거야, 이 개자식들! 나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야아아아!”
그런 찢어지는 듯한 갈라진 고함 소리가, 상처 입은 짐승이 지르는 듯한 그 끔찍한 울부짖음이 사랑하는 준희에게서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서는 그날, 그 순간 처음 알았다. 망가진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던 준희에게서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나 만지지 마아아. 흐으으으.”
온몸을 바싹 오그리며 뱃속에서 나오는 것 같은 깊숙한 울음소리를 털어내는 아내를 보는 인서의 심장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망가진 인형처럼 사지가 축 늘어져 있던 준희, 목이 터져라 만지지 말라면서 치를 떨고 우는 준희, 입술이 터지고 눈이 붓고 멍이 든 나의 준희.
“서준희 씨 보호자 되시나요?”
목에 청진기를 걸고 때묻은 가운을 걸친 응급실 당직 의사가 피곤에 절은 얼굴로 인서 앞으로 다가왔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우리 준희가!”
밤 늦게 실려온 환자 보호자에게 환자가 어떻게 깨졌는지를 설명하는 데 이골이 난 의사답게 그는 빠르고 간략한 어조로 인서에게 준희의 끔찍한 상태를 알려주었다.
“누군가 길에 쓰러져 있던 이 환자 분을 병원까지 모셔다 놓고 사라진 모양입니다. 전신 타박상에…… 아, 그리고 임신 중인 거 아셨습니까? 검사 중 하혈을 하셔서 산부인과에 콜을 했더니…… 유감입니다. 유산이 되셨어요.”
의사의 단조로운 목소리가 인서의 귀에 천둥 소리가 되어 내리꽂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밤중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던 아내는 지갑을 들고 슬리퍼를 신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되서 나가보려고 하기 직전 따르릉 소리와 함께 전화가 왔다. 서준희, 그의 아내가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다고. 그래서 달려온 병원 침대 위에 아내는 쥐어뜯긴 인형처럼 망가져서는 남편인 자신의 손길에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고, 의사는 지금 이 순간 이전까진 있는 줄도 몰랐던 그들의 첫 번째 아이가 죽어버렸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눈을 뜨고 꿈을 꾸고 있나? 준희야, 그만 울고 나한테 말 좀 해봐. 이게 무슨 일이지.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하고 나하고 아기한테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허어어어어어어어.”
그러나 그의 아내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고개를 수그리고 울기만 했고 그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며칠 입원을 하셔야 할 것 같으니까 지하 수납처에 가셔서 수속을 밟아주시고 입원 준비를 좀 해주세요. 그럼.”
만사가 귀찮다는 듯, 한 시간이라도 자고 싶다는 표정의 의사는 그 한마디만을 내던지고 또다른 환자에게로 떠나버렸고 이제 그 침대에는 그들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꾸역꾸역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아내와 그렇게 망가진 그녀를 멍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남편. 그 두 사람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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