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뱀을 밟다
뱀을 밟다
저자 : 가와카미 히로미
출판사 : 청어람미디어
출판년 : 2003
ISBN : 8989722322

책소개


가와카미 히로미의 〈뱀을 밟다〉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닌 근원적 심층 심리 드라마와 잇닿아 있으며, 현대 일본에서 선보인 그 드라마의 최신판이라 할 수 있다. “미도리 공원 가는 길, 덤불에서 뱀을 밟고 말았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글의 첫머리를 풀어 가는 솜씨가 빼어나다. 지극히 평범한 젊은 여성이 일상 생활 속에서 뜻하지 않게 신화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이테크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깊은 내면에서 우리는 신화적 원형의 어두운 영역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부분의 흡입력을 유지한 채 어디까지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을까, 내심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계속 읽어 나갔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현격하게 힘있고 탄력이 붙은 작가의 문장력은 현대 젊은 여성들이 지닌 ‘심층의식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라는 하나의 극적 세계를 문장 표현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히노게이조(日野啓三), 아쿠다가와 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목차


“히와코짱, 어째서 뱀의 세계로 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모르겠어, 몰라 하고 머릿속에서 말했다. 하지만 실은 안다. 알지만 그런데도 마비가 된 듯하다. 여기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각하지만 간단히 져버린다. 지고 싶으니까 지는 것이다. 지고 싶으면 지면 되잖아, 어째서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하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자신인지 여자인지 분명치 않다. 분명치 않아, 분명치 않다니까, 생각하는 사이 몇 백 년에 걸친 이 싸움이 문득 바보스러워져서 단숨에 결말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