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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여름 휴가
저자 : 시게마츠 기요시
출판사 : 양철북
출판년 : 2006
ISBN : 8990220572
책소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복잡미묘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내어 일본 문단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나오키 상 수상작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중편 모음집. 젊은 날 순수한 열정을 쏟았던 한 중년 교사가 빛바랜 열정을 다시 떠올리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라이언 선생님」, 유년(성장기)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과 현재의 고단한 삶을 그리면서 3, 40대의 애환과 회한을 보여주는 「허수아비의 여름 휴가」,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죽음이라는 선을 넘은 사람들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임을 전하는 「미래」,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인생의 가장 정점이라 할 수 있는 3, 40대 세대의 삶과 애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
시게마츠 기요시는 요즘 일본 문단의 조명을 받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집단 따돌림 등의 청소년 문제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테마로 한 화제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가다.
2001년 『비타민F』로 제124회 나오키 상 수상을 비롯해, 『소년, 세상을 만나다』로 1999년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1999년 『나이프』로 츠보타 요우지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허수아비의 여름 휴가』로 제12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밖에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안녕, 기요시코』가 있으며, 『일요일의 석간』『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등이 있다.
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이나 가족의 문제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소재로 채택하고, 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복잡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짚어낸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나약함과 소외를 느끼고 이를 왜곡되게 표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게 바로 나일수도 있고, 동료일수도 있고, 길에서 스치는 그 누군가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누구나 아무런 거리감이나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읽는이가 마치 내 이야기를 써준 것 같은 야릇한 위로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기요시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현실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선과 악의 구도로 파악하거나 도덕적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대신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모든 것을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규정하지 않으려는 작가 특유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이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글을 쓰는 데 있어 늘 내가 염두에 두는 것은 등장인물에 공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떤 인물을 꼭 ‘악인, 악역’으로 정해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지는 않다.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언제나 사람에겐 그 나름의 사정들이 다 있게 마련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당위나 대안 제시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현실 그대로를 응시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 이러한 인정을 바탕으로 작가는 포용과 화해, 극복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새 내 주위의 사람들, 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동시에 모두 다 나름의 사정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며, 그럼에도 살아갈 만하다는 담담한 희망의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그의 문체에서도 호들갑떨지 않는 담담한 태도가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서는 독특한 강렬함과 분노, 절규 같은 것이 느껴지지만 그것이 결코 작가의 의도적이고 과장된 글쓰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는 분노나 슬픔, 괴로움이 담겨 있지만 작가 자신의 감정을 주저리 늘어놓지 않고 아주 담담하게 풀어간다. 대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아주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묘사해낸다. 그래서 오히려 독자가 그 상황 속에서 배어나오는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억지 부리지 않고 작가의 몫과 독자의 몫을 아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 이것이 그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고마운 매력이기도 하다.
허무나 비관으로 치닫거나 턱없는 낙관에 기대지 않고 뛰어난 통찰력과 현실 인식으로 현대인들의 가장 아픈 부분들을 짚어내고 어루만져주는 시게마츠 기요시. 국내에도 그의 작가로서의 통찰력과 문체 등에 매료되어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고, 오늘날의 현대인이나 청소년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그 고민의 결실을 끊임없이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믿을 만하고 주목해볼 만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