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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서 사랑하다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저자 : 츠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
출판사 : 동방미디어
출판년 : 2003
ISBN : 8990488060

책소개


차례

제1장 사랑과 고독 사이

늘 자기를 잃어버리고 싶다
이해타산의 연애, 무상의 사랑
서로 나누는 사랑, 무상의 사랑
안녕, 언젠가

제2장 연애와 사랑 사이

‘새장과 카나리아’ 이야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있는 사랑
연애를 하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설

제3장 섹스와 마음 사이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랑의 항구
사랑을 위한 섹스, 섹스를 위한 사랑
벌린 다리, 닫힌 마음
베를린 장벽의 붕괴, 그리고 새로운 벽의 출

목차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남자는 다소 표정없이 이야기하고 여자는 재잘댄다.
정갈하지만 오래된 또는 소박한 찻집에 앉아서 가볍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커피도 좋고 홍차도 좋고 오랜 시간 이 두 사람은 이야기한다.

창밖에는 햇빛이 비치다가 흐리기도 하고 간혹 가랑비가 오다가 다시 맑게 갠다. 그러나 언제 또 창밖의 분위기가 바뀔 지는 알 수 없다.

에쿠니와 츠지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은 가식적이지 않고 진솔하다.

- 내가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 그건 황무지에 서는 것을 의미해요. 황무지에 서 있으면 다른 사람과 비교할 거리가 없지요. 그럼 불행도 없고요. 그래서 어른이 된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불행한 일도 없고 짝사랑도 존재하지 않고. 그러나 그것만으로 행복하고, 완벽한 것은 아니죠. 사실은 굉장히 절망적이고,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절망 속에 있어요. - 44쪽

한권의 책속에 쏟아놓는 은밀한 대화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장마다 같은 소제목을 가지고 남녀 작가가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츠지 히토나리’가 먼저 이야기하고 ‘에쿠니 가오리’가 이어서 ‘츠지’의 말을 받아 이야기한다. 이때 독자는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는 관객의 입장에 놓인다.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을 받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톡톡 쏘는 듯한 문체와 ‘츠지 히토나리’ 그만의 개성있는 진중한 문체는 한권의 책속에 담긴 싱그러운 이중주라고 할 수 있다.

- 난, 나 자신을 짐승이라고 생각해요. 야생의 황무지에 사는 짐승. 그리고 외톨이. 그래서 모든 것을 혼자서 생각하죠. 혼자서 상상하고. 옛날에는 그래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불안했어요. 확인할 수 없으니까, 어떤 행동을 하면 그것이 얼토당토않은 잘못일지도 모르니까, 상식 밖일 수도 있으니까. 늘 그런 생각을 했고 그리고 연애를 할 때마다 환기되곤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어요. 그렇게 밖에 도달할 수 없는 장소가 있어서 그곳은 아담과 이브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연애를 한다는 것은 아담과 이브가 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황무지에 선 짐승이 아니면 아담과 이브의 장소에는 도달할 수 없고요. 아무리 지독한 연애를 했더라도 한 마리 동물로서의 연애가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거예요.

어린아이하고 마찬가지에요. 어린아이가 사람 사귐과 자기 몸에 대해서 배워 가는 길, 연애가 시작되면 그 길과 똑같으면서 멀고도 험한 길을 걷게 되지요. 더구나 혼자서 말이에요. - 41~42쪽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놓인 그들이 말하는 인생
- 사랑과 고독 사이, 연애와 사랑 사이……그리고 죽음과 이별 사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아주 사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사랑과 고독 사이’, ‘연애와 사랑 사이’ 등을 논하면서 이 두 남녀 작가는 자신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고백하고 있다. 그들의 이런 솔직한 이야기는 각각의 장과 소제목에서 우리들에게 짙은 호소력을 제공한다. 이 책의 내용은 ‘사랑’에서 시작해서 ‘이별’로 끝을 맺는다.사랑과 이별 사이에는 ‘고독, 연애, 섹스, 마음, 결혼, 이혼, 순애, 불륜, 죽음’이 있다. 우리의 인생은 여기서 보여주는 이런 여러 가지 것들에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 내가 아흔 살의 아름다운 할머니에게서 느낀 것은 그녀는 결코 태어나면서부터 미인이었기 때문에 그 나이에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 할머니는 명랑하고 낙천적이며 싹싹한 성격을 가졌고 아직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을 버리지 않으면 저절로 아름다워지고 사랑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111~112쪽

이 책은 다양한 주제와 구성을 가진 잘 짜여진 구조의 한편의 완벽한 연극이다. 수많은 만남과 사랑과 이별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이 책의 무게감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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