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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지문 세트 (전2권)
저자 : 퍼트리샤 콘웰
출판사 : 노블하우스
출판년 : 2005
ISBN : 8991207332
책소개
《법의관》으로 에드거 앨런 포 상 등 전 세계 주요 추리문학상 5개를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한 퍼트리샤 콘웰의 네 번째 작품. 한 죄수가 사형된 날부터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는 죽은 그의 지문이 발견되고, 기록보관소에서는 그의 지문 기록이 삭제된다. 사형된 죄수가 진짜 죽어야할 사람이 맞는지를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살인을 추적하는 법의국장 스카페타의 활약상을 콘웰은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Cruel & Unusual"이라는 원제의 구절은 사형제도에 대한 작가의 주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목차
나는 사형 집행이 끔찍하게 싫었다. 누군가가 죽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나처럼 따뜻한 살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법학 학위를 가진 의사다. 무엇이 목숨을 살리고 무엇이 목숨을 앗아가는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교육받았다. 그리고 경험은 가장 훌륭한 스승이 되어주었다. 그러는 동안 이상적이고 논리적이던 본연의 모습은 어느덧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의식 있는 사람이 진부한 상투 어구들이 사실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세상에 정의란 없다. 로니 조 워델이 저지른 일을 없었던 것으로 돌이키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마리노, 당신도 워델이 부검 테이블에 누워 있는 걸 봤어요.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는 것도 목격했고요. 죽은 사람이 워델이라는 걸 증명할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현재로서는 증명할 길이 없소. 경찰이 가지고 있는 워델의 사진과 시체안치소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봐도 워델임을 증명할 수는 없소이다. 10년 전 체포되었을 때 이후로는 나도 그놈을 본 적이 없소. 10년 후 전기의자에 앉은 그놈은 26킬로그램이나 몸이 불어 있더군. 기르던 턱수염과 콧수염도 말끔히 면도되어 있었고. 워델과 비슷하게 생긴 놈이라 생각했지만, 그자가 진짜 워델인지 1백 프로 장담할 수는 없소.”
며칠 전 공항에서 루시를 만난 순간이 생각났다. 1년 전에 보았지만, 거의 못 알아볼 만큼 변해 있었다. 육안으로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만약 죄수가 바뀌었다면, 워델이 감옥에서 나가고 다른 누군가가 대신 사형되었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랬을까요?”
“워델에 이곳에 있는 동안 찾아온 사람은 없었소?”
마리노가 물었다.
“사형수를 찾아오는 사람은 늘 똑같습니다. 법률 고문, 목사 그리고 죽음의 팀 요원들입니다.”
“죽음의 팀이라뇨?”
“교도관과 감독관으로 구성된 팀인데, 신원은 비밀로 보장됩니다. 죄수가 메클렌버그에서 이곳으로 이송될 때 그 팀이 관여하지요. 죄수를 경호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사형을 집행할 때까지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그다지 유쾌한 업무는 아니겠군.”
마리노가 한마디 했다.
“주어지는 업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
로버츠는 이제 막 큰 경기를 마친 코치처럼 거칠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오? 난 워델이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하는 걸 봤소. 그걸 보고도 아무런 감정도 못 느꼈소?”
“아무런 감정도 없었습니다. 사형 집행을 마치면 집으로 가서 맥주나 몇 병 마시고 잠자리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