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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저자 : 제프리디버
출판사 : 노블하우스
출판년 : 2006
ISBN : 8991207685
책소개
『돌원숭이』는 전신마비 법과학자 링컨 라임과 그의 파트너 아멜리아 색스가 등장하는 제프리 디버의 네 번째 작품이다. 1997년 『본 컬렉터』를 시작으로 첫선을 보였던 링컨 라임은 전신마비라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두뇌와 과학적 사고로 희대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법과학자로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았다. 뼈를 숭배하는 엽기적 살인마(『본 컬렉터』)와 최강의 암살자(『코핀 댄서』), 그리고 곤충의 지혜로 무장한 소년(『곤충소년』)을 거쳐 링컨 라임 앞에 나타난 것은 중국에서 온 스네이크헤드(인신매매범의 속칭) 고스트. 동양 문화에 관한 치밀한 조사와 디버 특유의 이야기적 재미로 이제껏 보아온 그 어떤 작품보다도 신비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목차
제목이 범인을 뜻한다? 기존의 디버 작품과는 다른 차별성
링컨 라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기존의 제프리 디버 소설에서는 ‘제목’이 ‘범인’을 뜻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이번 『돌원숭이』는 디버의 기존 작품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작품의 중요한 실마리로 등장하는 돌원숭이(Stone Monkey)는 동석으로 만들어진 원숭이 부적 목걸이다. 디버는 중국의 문화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손오공으로 불리는 원숭이 왕의 신화를 차용한다. 영생을 얻어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게 된 원숭이 왕이 하늘의 신을 노하게 하여 태산 밑에 파묻히지만 한 스님에 의해 영생을 포기하고 서방정토로 떠났다는 이야기. 디버는 이 원숭이 왕의 이야기에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교묘하게 대입시켜 독자에게 색다른 감흥을 준다. 물론 작품 속에는 ‘손오공’이란 직접적인 말이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그 숨은 의미를 쉽게 포착해내기 어려운 서양 독자들에 비해 동양의 독자들은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발견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돌원숭이는 바로 손오공이다!’가 반전(反轉)은 아니니 안심하길.
동양에 관한 서양인의 편견을 깨부수는 디버의 철저한 리서치
이 작품에는 제프리 디버가 출간 후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중국의 문화를 서양인의 입장이 아닌, 동양인적 입장에서 바라보려 한 노력이 여실히 묻어난다. 디버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을 수없이 방문하며 중국에 대한 공부를 해왔으며, 좋은 캐릭터이든 나쁜 캐릭터이든 중국인의 시점에서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로 디버는 기존의 서양 영화나 문학에서 표현되었던 전형적인 동양인 캐릭터 대신에 같은 동양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마치 옆에서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메인 악역 캐릭터인 ‘고스트’도 그러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이념보다는 철저히 개인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소니 리는 개성과 매력이 가득한 동양인 캐릭터를 표현해 낸다.
물론 동양 문화의 신비함에 대한 묘사도 잊지 않았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수사를 펼치는 라임에 비해 동양에서 온 경관은 어쩌면 신비롭다고 할만한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수사를 펼친다. 어떨 때에는 과학적인 수사가, 또 어떨 때에는 직관적인 수사가 앞서 나가지만 디버는 둘의 충실한 협동만이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 말한다. 이를 통해 디버는 동서양의 문화와 그 가치에 대한 구심점을 찾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반전이 없다면 디버 소설이 아니다! 여전한 이야기의 재미
앞선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법과학 스릴러의 매력을 놓치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의 몸이지만 법과학자적 재능에서는 누구도 따를 자가 없는 라임과, 그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의 팀에게서는 여전한 전문가적 매력이 묻어난다. 하나의 증거를 토대로 과학적인 추론을 해내는 추리 소설적 매력과, 최첨단 설비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증거를 수집하는 법과학 소설로써의 매력은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최고의 이야기꾼 제프리 디버 소설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반전’의 재미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구성의 놀라움과 치밀함도 그러하지만 누가 범인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하는 추리의 재미는 디버 소설의 가장 특별한 개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잔인한 스네이크헤드 고스트를 비롯하여 수수께끼의 인물 소니 리, 신비함 속에 감춰진 비밀이 있을 것 같은 존 성, 그리고 링컨 라임의 가장 측근 인물까지 디버는 조심스레 의심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모두가 범인일 수도, 모두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모두에게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그것이 디버 소설을 읽는 독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