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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저자 : 강지영
출판사 : 시작
출판년 : 2009
ISBN : 9788901099774
책소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서역만리 신문물을 둘러싼
조선시대 최고 해프닝! 프리스타일 시대극!
종래의 시대극이나 역사소설에서 보기 힘든 경쾌함과 발랄함,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과거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라면 당연 고증이라는 굴레 때문에 상상력이 제한되기 십상이지만, 작가는 과감하게 상상력의 극한을 달려보려는 듯 조선시대의 제주와 귀화한 네덜란드인 박연을 소재 삼아 자유분방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한국적 상상력과 인물이 살아 숨 쉬는 신선하고 즐거운 이야기, 빠르게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드는 몰입도, 개성 있고 정감 가는 인물들이 자아내는 포복절도할 대사들이 매력적이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자제 함복배는 입신양명의 꿈을 품은 약관의 청년이다. 하지만 과거시험이 있던 날 시험장의 문이 열리기 전에 참았던 요의가 터지면서 최악의 자리에서 과거를 치르게 된다. 결국 설왕설래하다가 실력도 발휘하지 못한 그는 제주에 새로 생긴 신문물검역소라는 임시기관의 소장으로 부임한다. 그곳은 왜국이 보내온 정체불명의 신문물을 살펴 임금께 보고하는 곳으로, 함복배는 임금의 눈에 들어 한양으로 다시 돌아갈 날만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배가 좌초되어 제주 감영에 잡혀온 서양인을 접하는데 머리가 노랗고 눈이 파란 그는 자신을 밸투부레라고 소개한다. 그 역시 신문물이니 자신이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에 군소리 없이 감당하게 되었지만 부담만 더 커질 뿐이다. 밸투부레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 그에게 화란 선비 박연이라 이름 지어주고 함께 신문물을 살펴보는데 의외로 이자가 주는 도움이 크다. 소장 함복배를 중심으로 이들이 하나씩 밝혀가는 신문물의 쓰임은 그럴 듯하지만 언제나 조금씩 빗겨나가며 엉뚱한 웃음을 선사한다.
목차
연지를 배웅하고 돌아온 고상분이 품 안의 서찰을 송일영의 처소 문을 열고 들여놓았다. 서찰을 써 내려갔을 연지의 섬섬옥수, 그리움과 설렘이 깃든 숨결, 예까지 그걸 품고 왔을 두근대는 가슴을 생각하자 괜스레 눈가가 뜨뜻해졌다. 코길이를 어디에서 어떻게 기르고 연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티끌이 되어 푸른 제주 앞바다로 둥실 날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이튿날 오후가 되었을 때, 제주 앞바다로 날아간 티끌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검역소로 몰아닥치고야 말았다. 송일영의 진두지휘 아래 꼬박 하루 반나절을 끌고 온 코길이는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검역소를 집어삼킬 듯한 위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