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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교육
저자 : 귀스타브 플로베르
출판사 : 나남
출판년 : 2011
ISBN : 9788930085397
책소개
격변의 세월이었던 프랑스 19세기 사회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인 동시에,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고 사상과 문체가 일치하는 사실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은 사회비평이나 심리비평, 또는 정치기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재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문학도뿐만 아니라 역사학도에게도 귀중한 자료가 되며, 프랑스 19세기 사회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으로 손꼽힌다.
목차
격동기 프랑스,
청년 프레데릭에게 휘몰아치는
사랑과 혁명의 폭풍!
1840년대 프랑스의 사회상과 인간군상을 정교한 필치로 그려낸
플로베르의 걸작 리얼리즘 소설!
《마담 보바리》와 함께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어떤 면에서는《마담 보바리》를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는 걸작 리얼리즘 소설《감정교육》이 진인혜 교수의 새로운 번역으로 나남에서 출간되었다.
《감정교육》은 격변의 세월이었던 프랑스 19세기 사회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인 동시에,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고 사상과 문체가 일치하는 사실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은 사회비평이나 심리비평, 또는 정치기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재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문학도뿐만 아니라 역사학도에게도 귀중한 자료가 되며, 프랑스 19세기 사회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으로 손꼽힌다.
현재 국내에 출간된《감정교육》의 번역본은 송면 교수와 민희식 교수의 번역본이 대표적인데, 이미 출간된 지 30~40년이 되어 한자어를 비롯한 옛 표현이나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어휘 등으로 인해 오늘날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미《통상 관념 사전》과《부바르와 페퀴셰》등 플로베르의 작품들을 번역한 바 있는 진인혜 교수의 이번 새 번역본은 현 시대의 감각에 맞는 언어로 이러한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하였을 뿐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상세한 주석으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감정교육》정본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1830년대의 연대기《적과 흑》의 뒤를 잇는
1840년대 프랑스의 연대기,《감정교육》
《감정교육》은 18세가 된 청년 프레데릭이 연상의 여인 아르누 부인에게 전격적인 사랑을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29세가 되기까지 겪는 여러 사랑의 양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감정교육》은 단지 프레데릭의 연애를 그린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한 젊은이의 이야기인 동시에 파리의 통속소설이며, 스탕달의《적과 흑》이 1830년대의 연대기이듯이 1840년대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한 세대의 역사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848년 2월혁명과 6월의 소요, 그리고 1851년의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직접 다루면서 역사학도의 필독서라고 평가될 만큼 당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소설의 두 축―사랑과 혁명
이처럼《감정교육》을 지탱하는 두 축은 열정과 정치 또는 사랑과 혁명으로, 그중 어느 한 줄기를 제외하고 읽는다면 이 작품의 진가를 이해할 수 없다.
주인공 프레데릭은 유부녀인 아르누 부인을 향한 열정과 사랑으로 고뇌하며, 그의 모든 행동의 구심점에는 그녀를 향한 사랑이 자리한다. 하지만 이 사랑은 현실적인 이성 간의 사랑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관념적인 사랑으로 머물고, 아르누 부인은 이상적인 여인, 즉 하나의 우상이 되고 만다. 이와 대비되어 프레데릭은 다른 세 여인, 즉 관능적 여인인 로자네트, 은행가이며 사업가의 아내 당브뢰즈 부인, 같은 고향 출신의 젊은 여인 루이즈와 현실적인 애정관계를 맺고, 그들과의 관계는 결혼 직전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열정과 환멸 등 ‘감정교육’을 거친 후 프레데릭의 마음은 다시 아르누 부인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끝내 현실적인 애정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감정의 굴곡만이 변화하며 이리저리 펼쳐질 뿐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는 ‘무(無)의 소설’로 불리기도 한다. 19세기의 시인 테오도르 드 방빌은 이러한 특성을 두고 “마치 인생처럼 실제로 극적이지 않아서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는 결말로 맺어지는 소설”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무’의 특성은 소설의 다른 한 축인 정치 쪽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월혁명이 발발하자 주인공 프레데릭은 혁명의 열기에 휩싸여 자신도 현실 정치의 일원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참여노력은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소극(笑劇)으로 끝나고 만다. 토크빌이 ‘1848년의 혁명가들보다 더 고약한 혁명가들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어리석은 혁명가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듯, 이때의 정치적 격동은 사실 실질적인 변혁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공전(空轉)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묘사하며 풍자하는 플로베르의 펜은 “정치라는 것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소동뿐”이라는 그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정치적 무의미에 대한 작가의 의식과 묘사는 이 소설을 ‘무의 소설’로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는 플로베르의 손끝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탄생한다. 플로베르의 글쓰기는 사랑의 이야기를 역사적 문맥에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역사와 예술의 긴밀한 결합과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더구나 그가 그려내는 정치와 사랑은 단순히 극적인 동시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긴밀하고 내적인 상징으로 얽혀 있다. 요컨대 사랑의 무상함과 정치의 무상함, 나아가 인생의 허무와 시대의 허무를 동시에 그리고 있지만 이 ‘무(無)의 공간’을 치밀한 글쓰기로 빽빽하게 엮어낸 소설, 그것이 바로《감정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