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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이라도 (황동규 시집)
저자 : 황동규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년 : 20201026
ISBN : 9788932037844
책소개
가을에 가장 눈부신 은행잎처럼
절정에 매일 다가서는 삶과 노래
거듭나고 성장하는 시인 황동규 열일곱번째 시집
마지막 시집이라고 쓰려다 만다.
[……]
내 삶의 마지막을 미리 알 수 없듯이
내 시의 운명에 대해서도 말을 삼가자.
- 「시인의 말」에서
시인 황동규의 신작 『오늘 하루만이라도』(문학과지성사, 2020)가 올가을 당신을 찾아간다. 『사는 기쁨』 『겨울밤 0시 5분』 등의 근작을 통해 노년의 깨달음을 솔직한 시로 전해오며, “한 개인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고, 현실과의 진정한 접촉을 통해 어떻게 아름답게 성숙해가는가를 보여주는 예”(문학평론가 이광호)라 불렸던 그가 4년 만에 새로 묶어낸 시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78편의 시와 더불어 황동규 시 세계의 이해를 돕는 시인 본인의 산문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볼륨감만으로도 시 쓰기를 향한 황동규의 여전한 열정과 근면이 엿보인다.
1956년 19세의 나이로 「즐거운 편지」를 쓴 이래 64년간 시의 집을 짓고 부수길 반복하며 지내온 생이었다. 이번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마지막”이라 쓰려다 마는 시인의 마음은, 시를 놓지 못하는 집착이 아니라 삶과 시의 운명을 순리에 맡기겠다는 수용의 다짐에 가깝다. 여전히 청청한 정의감과 이상향을 꿈꾸는 시적 자아와 현실에 발붙인 냉철한 현실의 자아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황동규의 시. 날카로운 송곳 위에 반듯이 선 듯한 균형감 있는 그의 서정은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오늘도 읽는 이를 매혹한다.
황동규 시에서 ‘거듭남’의 시간은 미묘할수록 아름다웠고, 리듬은 중력을 잊은 것처럼 분방해졌다. 이 연극성과 음악성이 시 쓰기의 ‘수행성’이었다. “은행잎 하나 날아 들어”와 “손바닥에 올려놓는” 장면은 “떨어지기 직전 필사적으로 아름”다운 시간이다. 오래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무거운 발걸음의 위층 남자의 미소를 만난 우연한 순간, 「볼레로」처럼 “발걸음 바꿔가며 올라가보자”라고 다짐한다. 이 선언은 발화 자체가 행위가 되는 수행문이다. 이 수행문이 삶의 순간을 극적으로 바꾸며, 작은 현재를 홀연히 ‘무한’으로 옮겨놓는다. 시는 발걸음의 변속을 통해 삶의 감각을 재연주한다. “한 층은 활기차게 한 층은 살금살금, 한 층은 숨죽이고 한 층은 흥얼흥얼”. 그리하여 “노을의 절창”은 끝없이 변주된다. (이광호)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불빛 한 점/서촌西村보다 더 서쪽/마주르카/오늘 하루만이라도/진한 노을/초겨울 밤에/첫눈 내리는 저녁/있는 그대로/죽음의 자리와 삶의 자리/초봄 개울에서/서달산의 마지막 꿩/산 것의 노래/봄 저녁에/우리의 백 년 한 세기가/발라드의 끝/자작나무, 이 어린 것이/두물머리 드라이브/밟을 뻔했다/나팔꽃에게
제2부
화끈한 냄새/바가텔Bagatelle 2/바가텔 3/바가텔 4/또다시 겨울 문턱에서/날 테면 날아보게/너는 지금 피어 있다/은퇴/오이도烏耳島/가파른 가을날/맨땅/죽음아 너 어딨어?/한여름 밤 달빛/안개/매화꽃 흩날릴 때/눈이 내린다/침묵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솔방울은 기억할까?/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의 트릴
제3부
허리 꺾이고도/손 놓기 1/손 놓기 2/손 놓기 3/화양계곡의 아침/네가 갔다/너는 두고 갔다/체감 온도 영하 20도/대낮에 밤길 가듯/안구주사를 맞고/종이컵들/봄 진눈깨비/강원도의 높은 산들/강원도 정선/날개 비벼 펴고/쇠기러기 소리/자귀 씨 날다/수평선이 담긴 눈동자/시가 사람을 홀리네/조그만 포구
제4부
나의 마지막 가을/홍천 구룡령九龍嶺길/오늘은 날이 갰다/차와 헤어지고 열흘/새로 만난 오솔길/선운사 동백/이 겨울 한밤/사람에게서 사람을 지우면/이런 봄날/지우다 말고 쓴다/무엇이건 고여 있는 곳이면/한밤중에 깨어/아직 저물 때가 아니다/어디로?/차 마시는 동안/늦겨울 밤 편지/여기가 어디지?/일곱 개의 단편斷片/시간의 손길/삶의 앞쪽
산문
나의 문학 25년×2.5/나의 베토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