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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4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9
ISBN : 9788932908700
책소개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 그의 생애 최고의 대작!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 『신』. 가히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그가 천착해 온 모든 주제가 집결되어 있다. 삶과 죽음 너머, 영혼의 존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한 놀라운 상상력!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르베르는 『신』이 '이 우주의 어딘가에 지구의 역사를 처음부터 죽 지켜본 증인들이 숨어 있다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지구의 인류사는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역사이다. 승리한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며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낙후된 문명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이 이 소설의 출발이다.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인간으로서, 천사로서의 삶을 산 미카엘 팽송이 이번 작품에서는 144명의 신 후보생 중 하나가 되어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소설은 크게 세 줄기로 진행된다. 신의 학교에서 세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며 다른 후보생들과 경쟁하는 미카엘 팽송의 이야기, 그 신들이 만든 18호 지구 속 인간들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미카엘이 천사 시절 돌보았던 세 인간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이 세 명 중 한 사람은 한국인 소녀 은비. 이번 소설이 특히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프랑스의 「렉스프레스」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 기자 출신의 이 작가는 더 이상 특정 범주로 분류할 수 없는 작가가 되었다'고 말하며, 베르베르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 시리즈는 총 6권으로 완결될 예정입니다
목차
거실로 가보니 실루엣 하나가 서 있다. 역광 때문에 형체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토가와 얼굴을 완전히 가린 커다란 가면뿐이다. 커튼 사이로 새어든 빛살 덕분에 가면의 형상이 어렴풋하게 드러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사용하는 슬픈 표정의 가면이다.
살신자일까?
침입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두 손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들고 있다. 내 백과사전을 훔치려는 자이다.
내 앙크가 어디에 있지?
나는 토가를 벗어 놓은 팔걸이의자로 달려든다. 그러고는 토가의 겹친 자락 사이에서 앙크를 찾아내어 도둑을 향해 쏜다. 헛방이다.
도둑은 달아나는 쪽을 선택한다. 나는 도둑을 뒤쫓는다. 우리는 집들 사이로 달려간다. 그가 나무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면, 나도 그를 따라 지그재그로 달린다.
그러다가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를 겨냥하고 쏜다. 번개가 공중을 가르고 날아가 그를 맞혔다. 그는 백과사전을 놓치며 쓰러진다. 잡았다! 나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상대는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 쥔 채 다시 일어난다. 어깨를 다친 모양이다. 그는 몸을 홱 돌려 얼굴에 가면을 쓴 채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오른손으로 계속 앙크를 겨누면서 왼손으로 내 보물을 주워 든 다음 그를 쫓아 내닫는다. --- p.403
통설에 따르면 사마귀의 암컷은 교미가 끝난 뒤에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 잔인한 짝짓기는 학자들의 환상을 부채질했고, 그 결과 사마귀를 둘러싼 생물학적이고도 정신 분석학적인 신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 속설의 배후에는 사마귀의 행동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사마귀의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은 자연 상태에 놓여 있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암컷은 교미가 끝나면 원기를 회복하고 알을 낳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주위에 있는 먹이를 닥치는 대로 삼킨다. 그런데 이 사마귀들이 관찰용 유리 상자에 갇혀서 교미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교미가 끝나자마자 암컷은 먹이를 찾는다. 수컷은 암컷보다 작고 유리 상자 밖으로 달아날 수 없다. 결국 암컷은 자기 행동을 의식하지도 못하는 채 유일한 사냥감인 수컷을 잡아먹는다. 자연 속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수컷은 달아나고 암컷은 아무 곤충이든 낫처럼 생긴 앞다리에 잡히는 것들을 잡아먹고 기력을 회복한다. --- pp.465~466
「너는 늘 나를 배신했어. 여기에 와서도 마찬가지야. 너는 내 백성들을 학살했고, 그들의 돛단배를 불태웠어.」
「그건 게임이야, 미카엘. 너는 그게 문제라니까. 게임과 삶을 혼동하고 있어. 너는 모든 것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나는 일깨우는 자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정말로 화내는 거 처음 아냐? 다 내 덕인 줄 알아. 화내니까 좋지, 안 그래? 이로써 너에게 부족했던 것 하나를 더 가르친 셈이야. 화내는 법 말이야. 나한테 고맙다고 해.」
나는 이를 악문다.
「너는 〈신의 가르침을 받은 자〉를 꼬챙이에 꿰어 죽였어!」
「그래서 어쩌라고? 체스를 두다가 내가 네 말 하나를 잡은 것뿐이야. 그건 체스 판의 말이라고. 이미 말했잖아.」 --- p.517
「승자는 다시 나를 만나서 궁전을 계속 구경하게 될 거야.」
그는 방을 나서면서 문을 쾅 닫는다.
내가 먼저 말문을 연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모르지만, 나는 혼자서 하나밖에 없는 길을 걸어왔소.」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제우스가 이끄는 대로 들어와 보니 당신이 먼저 와 있었소.」
「제우스가 누군가를 소개해 줄 테니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소.」
「내 영혼은 하나뿐이오. 둘로 나뉠 수 없소.」
하지만 그가 단순한 흉내쟁이나 변장한 후보생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바로 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나와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우스는 우리가…….」
「……서로 싸우기를 바라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