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신 6
신 6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9
ISBN : 9788932908830

책소개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 그의 생애 최고의 대작!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 『신』. 가히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그가 천착해 온 모든 주제가 집결되어 있다. 삶과 죽음 너머, 영혼의 존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한 놀라운 상상력!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르베르는 『신』이 '이 우주의 어딘가에 지구의 역사를 처음부터 죽 지켜본 증인들이 숨어 있다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지구의 인류사는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역사이다. 승리한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며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낙후된 문명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이 이 소설의 출발이다.

프랑스의 「렉스프레스」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 기자 출신의 이 작가는 더 이상 특정 범주로 분류할 수 없는 작가가 되었다'고 말하며, 베르베르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목차


「뭘 기다리는 거죠?」
「저 괴물의 눈에 해당하는 것이 물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에드몽 웰즈가 대답한다.
「하지만 장님인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소리를 듣고서.」
다시금 수백 개의 촉수가 범선 위로 일제히 솟아오르면서 오이디푸스에게 무수한 독침들을 빗줄기처럼 뿌려 댄다. 그중 하나를 가슴팍에 맞은 맹인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털썩 무릎을 꿇더니, 그만 메두사의 머리가 든 자루를 손에서 떨어뜨리고 만다.
「저러다 일이 틀어지고 말겠어요!」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외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타는 듯한 독의 고통에 얼굴을 온통 찡그리면서도 바닥을 손으로 더듬어 자루를 찾아내어 꽉 움켜쥔다. 그리고 괴물의 어마어마한 몸체가 수면으로 솟아오르자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어 놈에게 내민다. 그렇게 〈여인 메두사〉와 〈괴물 메두사〉가 대면한다.
괴물은 위험을 느끼고는 첨벙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앞으로 몇 걸음을 내달리며 그 탄력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바다에 집어 던진다. 머리칼 대신 무수한 뱀 대가리들로 뒤덮인 머리는 소용돌이치는 물속으로 들어가 괴물 해파리의 시각 기관 바로 앞으로 잠겨 든다. 기다란 촉수들이 경직된다. 그리고 딱딱해진다. 그런 다음 회색으로 변한다. --- pp. 464~465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다음 엄숙하게 말한다.
「세계들 사이에는…… 연결 통로들이 존재한다네.」
「연결 통로들이요?」
그는 과일처럼 매달린 구체들을 어루만진다.
「이 모든 지구들은 서로가 비슷비슷해. 저마다 유사한 시공간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형 주민들이 있고. 거기에 대해선 동의하겠지?」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일테면 자매 행성들이라고 할 수 있어.」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자네는 왜 이 지구들의 역사가 서로 비슷한지 궁금했을 거야. 그건 단지 우연의 일치였을까?」
나는 비로소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리가 핑 도는 듯한 현기증을 느낀다.
「또 왜 한 지구에 있는 정보들이 다른 지구에도 있게 되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나? 마치 지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일세.」 --- pp. 515~516

나는 가슴이 두방망이질하는 것을 느끼며 걷기 시작한다.
등 뒤의 누군가가 잔걸음으로 따라온다.
난 긴 에메랄드 터널로 들어간다. 저 끝에는 출구가 등댓불처럼 반짝이고 있다.
마타가 벙어리 뮤즈(마릴린 먼로처럼)나 인어(라울의 아버지처럼)로 변신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여기 이렇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 절대로 오르페우스처럼 호기심에 굴복하지 말자. 그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정신을 바짝 차리자.
[……]
이제 발걸음 소리는 아주 작아졌고 또 느려졌다. 그리고 스카프도 여전히 내려가고 있다.
결국 얼마 후에 스카프의 저쪽 끝은 지면에 닿은 듯하고, 발걸음은 아예 멈춰 버린다.
그녀가 힘이 빠진 걸까?
나는 말하고 싶다.
마타! 일어나! 거의 다 왔단 말이야!
나는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혀를 꽉 깨물고, 까닭을 알기 위해 몸을 돌리고 싶은 욕구에 저항하려고 목에 부르르 힘을 준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전혀 마타 하리의 목소리가 아니다.
따라오고 있는 건 마타 하리가 아니야!
난 더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리고 만다.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