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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어 (The Good Liar)
저자 : 니컬러스 설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19
ISBN : 9788932919942
책소개
영국을 사로잡은 스릴러 『굿 라이어』 드디어 출간
2019년 12월 5일 영화 「굿 라이어」도 국내 개봉!
영국 작가 니컬러스 설의 첫 장편소설 『굿 라이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영국 정보부 등의 부서에서 25년 동안 일했던 니컬러스 설은 은퇴 후 글쓰기를 시작했고, 『굿 라이어』는 그의 데뷔작이자 히트작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각종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9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긴장감 넘치는 이 스릴러의 주인공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만난 나이 지긋한 남녀, 로이와 베티다. 알고 보니 로이는 베티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사기꾼. 하지만 베티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시작한 작은 거짓말은 점차 과거의 비밀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존 르카레, 루스 렌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연상시킨다는 호평을 받았고, 영국에서만 10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영국 추리 작가 협회가 데뷔작에 수여하는 뉴 블러드 대거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출간 직후 뉴라인 시네마와 영화화 계약이 이루어져 201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목차
이 책은 금융 사기 스릴러물인가 싶으면서도, 역사물인가 싶고, 두 인물의 감정적 교류와 신경전에 집중한 심리물인가 싶은 매력이 있다. 그렇게 그 모든 장르의 요소들이 다 조금씩 섞인 설의 이야기는 탄탄하고 깊이 있으며 흥미진진하다. 그가 추구하는 [장르 불문한 좋은 이야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 「옮긴이의 말」중에서
완벽하다. 로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숙명이라고, 뜻밖의 기적이라고, 운명이라고, 우연이라고 불러도 좋다.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한데 합쳐진 것이라고 불러도 좋다. 자신이 운명을 믿는지, 오로지 현재 말고는 그 무엇도 믿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운 좋게도 이제까지 그의 삶은 꽤 괜찮았다.
(……)
이번 여성은 그야말로 하늘이 보내 준 사람 같다. 어쨌거나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은 프로필상으로는 그렇다. 오랜 시간 기다려 온 끝에 드디어. 그는 프로필을 있는 그대로 다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교묘하게 선별한 단어 몇 개나 단순하고도 사소한 거짓말에 의해 약간의 흠이 완벽한 장점으로 포장된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소소한 수정 사항들이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다. 예를 들어 그녀의 이름이 에스텔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자신도 브라이언이 아니니까. 이런 하찮은 왜곡들은 당연히 있을 것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부드럽지 않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니까. 사실이 모두 드러날 경우, 이런 작은 포장들은 관대하게 재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가끔 맞닥뜨리는 상대적으로 엄청난 거짓말들과는 다르게 말이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티백을 재활용 통에 던져 넣고 찻잔과 컵 받침을 씻어 식기 건조대에 엎어 놓는다.
--- p.9~10
「있지요…….」 그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고개를 들며 입을 연다. 「제가 극도로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기만이랍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아무도 거짓말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 같더군요. 거짓말한 것이 들통나면 물론 문제가 되죠. 그런데 들키지만 않으면 거짓을 말해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이런 현실을 개탄합니다. 제 말을 이해하시나요?」
베티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대답한다. 「네, 그런 것 같아요.」
「애석하게도 제 이름은 브라이언이 아니랍니다. 로이예요, 로이 코트니요. 브라이언은 이 자리를 위해 정한 [nom de plume (필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 말뜻을 아실 거예요. 속이 다 까발려진 기분이 드네요.」
그게 아니라 [nom de guerre (가명)]겠지. 베티는 살짝 짜증 난 상태로 생각한다.
「아, 그거요.」 그녀는 쾌활하게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한다. 「저도 이런 자리는 처음이지만, 물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자신에 대한 자연스러운 방어 기전이죠. 그런데 이 순간이야말로 저도 사실을 털어놓아야 할 때인 것 같네요. 제 이름은 에스텔이 아니에요. 베티죠.」
둘은 한동안 서로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베티,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하는 마지막 거짓말일 거라는 걸 약속할게요. 제가 이 순간부터 앞으로 당신에게 하는 모든 이야기는 진실이랍니다. 베티, 완벽하게 진실만을 말하기로 당신에게 약속할게요. 완벽한 진실만요.」 로이가 활짝 웃는다.
--- p.24~25
그는 내가 다 눈치챘다는 것을 모르네. 베티는 생각한다. 그녀는 그가 꿈틀거리게 만드는 것이 한편으로는 즐겁다. 그는 다툼을 야기하지 못한다. 아니면 안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보다 덜 영리하다는 점에서는 그의 말이 맞다. 그러니 그녀가 그를 이렇게 자극하는 일에는 어느 정도 잔인함이 내포돼 있다. 그래도 그가 평정심을 잃고 주도권을 빼앗긴 채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다.
--- p.221
베티는 어떤 면에서는 실망스러운 대상이다. 너무 잘 속아 넘어가고 착취하기도 너무 쉽다. 전혀 도전이 없다. 일이 전부 너무 쉽게 풀렸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상황은 전혀 없었다. 뭐, 상관없지. 기분 전환과 여흥은 부차적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베티가 속된 말로 주머니가 아주 두둑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