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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 2 (세계문학전집 60)
아들과 연인 2 (세계문학전집 60)
저자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02
ISBN : 9788937460609

책소개


D. H. 로렌스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자전적 소설
「오이디푸스 왕」, 「햄릿」이 제기한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현대적으로 소화한 수작
외설 시비로 인한 기존의 모든 결함을 보완하고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담아낸 판본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내가 기다리는 것은 결코 오지 않을 거야.”

기존의 모든 결함을 보완하고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담아 낸 판본

삭제하거나 수정을 가하지 않은 『아들과 연인』의 완전한 판본이 마침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이제 20세기의 위대한 소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1913년 덕워스 사의 편집자이자 로렌스의 친구였던 에드워드 가넷은 이 작품을 검열하고 삭제하였고, 그 결과 작품이 원래보다 약 10퍼센트나 짧아졌다. 가넷은 이러한 변경을 로렌스와 상의해서 결정하지 않았으며 원고를 직접 인쇄업자에게 보냈고 인쇄업자 또한 구두점을 완전히 다시 찍어 그 결과 많은 곳에서 작품의 의미를 급격하게 변경시켰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노골적인 단어 및 표현이 삭제되거나 순화되었기 때문에 로렌스의 섬세한 감각을 살리지 못했다. 예를 들면, 가넷은 ‘엉덩이(hips)’를 ‘몸(body)’으로, ‘허벅지(thighs)’를 ‘다리(limbs)’로 바꾸었다. 가넷은 또한 아예 다음과 같은 문단을 곳곳에서 지워버렸다.

그녀의 젖가슴은 육중했다. 그는 열매 받침에 달린 거대한 열매처럼 그녀의 유방을 한 손에 하나씩 움켜쥐고 두려움에 떨며 거기에 키스했다. (……) 그녀의 무릎이 갑자기 보였고 그는 거기로 내려가서 열렬하게 키스를 했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으로 허리를 만지자 다시 경련했다.

또한 가넷이 “폴은 깜박 졸다가 발을 꼬고 앉아 어둠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며 방을 바라보았다.”라고 간단하게 줄여 놓은 곳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그는 앉아서 어둠 속에서 방을 바라보았다. 곧 의자 위에 그녀의 스타킹 한 켤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서 스타킹을 신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자기가 그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발을 꼬고 침대에 똑바로(erect) 앉아 꼼짝하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여기서 erect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다양한 의미를 암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로렌스가 복장 도착증이나 동성애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폴의 다리가 클라라의 스타킹에 들어가는 이미지가 성행위를 함축하기도 하고, 혹은 폴이 클라라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그녀처럼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물론 가넷이 손본 표현 중에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그는 그녀에게서 자연스러운 향기를 희미하게 맡을 수 있었다.”에서 가넷은 “자연스러운(natural)”이라는 단어가 섹슈얼한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제거하였다. 그러나 삭제되어 나간 여러 부분이 아직도 독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로렌스는 기계문명의 발달 속에서 인간 본성의 억압을 묘사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기존의 억압적 이데올로기를 타파하려고 했던 로렌스에게, 성(性)은 기존의 가치 체계를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도구였다. 따라서 로렌스의 작품에서 이처럼 성과 관련된 표현을 곳곳에서 순화, 요약, 삭제한 것은 작품성을 대단히 해치는 것이다.

가넷은 또한 분량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전반부를 과감하게 삭제하였다. 그리하여 주인공 폴의 형인 윌리엄의 이야기가 간단하게 처리되어서, 제목에서처럼 복수인 sons가 갖는 의미가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전체 구조라는 면에서도 허술하게 되었다. 특히 모렐 부부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 축소되었다. 그러나 로렌스는 어머니의 결혼 생활을 “하나의 지독한 육체적인 싸움”이라고 요약하면서 이 작품이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듯이, 모렐 부부의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가넷은 당시 출판 시장에서 500쪽은 분량이 너무나 많다는 이유로 약 400쪽으로 축소시켰고 그 결과 로렌스가 의도했던 폴의 심리적인 깊이와 그 상징성이 많이 훼손되었다. 그리하여 기존 판본을 접한 독자들은 로렌스가 작품을 엉성하게 썼다고 생각할 오해의 여지가 있다. 로렌스가 이처럼 자신의 작품을 훼손하면서까지 출판을 허락한 이유는, 당시 경제적인 절박함을 드러낸 로렌스의 한마디, “어쨌든 내가 살아가기 위해 이 책은 팔려야 한다.”에 잘 나타나 있다. 이제 9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이 모든 결함을 보완한 판본을 우리나라 독자들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목차


1885년 영국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인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넷째로 태어났다. 심약한 아이였던 로렌스는 가난과 가정의 불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렵게 공부하여 교사가 되었다. 1912년 어머니를 여읜 뒤 대학 시절의 은사의 아내이자 6살 연상이었던 독일 여인 프리다 위클리를 만나 사랑에 빠져 1914년 결혼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더 이상 독일인 부인과 함께 영국에 머물 수 없게 된 로렌스는 이탈리아 등을 떠돌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자전적 소설로서 작가의 내면적 갈등이 잘 표현된 『아들과 연인』(1913)은 표현이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상당 분량이 삭제된 채 출판되었다가 1992년 무삭제판이 출간되었다. 1915년에 발표한 『무지개』 역시 성(性) 묘사가 문제되어 곧 발매 금지를 당하였다. 다음 해에 완성하여 1920년에 예약 한정판으로 낸 『사랑하는 여인들』에서도 로렌스는 남녀 관계의 윤리 문제에 천착하였다. 만년에 피렌체에서 자비로 출간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 역시 외설 시비로 오랜 재판을 겪은 후 미국에서는 1959년에, 영국에서는 1960년에야 비로소 무삭제판의 출판이 허용되었다. 1930년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 외 작품으로 『아론의 지팡이』, 『캥거루』, 『날개 돋친 뱀』, 『역사, 위대한 떨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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