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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2 (세계문학전집 98)
콜레라 시대의 사랑 2 (세계문학전집 98)
저자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04
ISBN : 9788937460982

책소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전하는 불멸의 사랑
세월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 낸 두 남녀의 달콤한 러브 스토리

“그 우연한 시선은 오십 년이 지난 후에도 끝나지 않고 세상을 뒤흔든 사랑의 시작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질병과 시간,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1982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처음으로 출간한 소설로, 발표 즉시 전 세계 문학 비평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스페인어권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대중적인 인기 역시 한 몸에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출간된 적이 있으나 프랑스어판을 중역한 것이었고,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스페인어에서 직접 번역하여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차


밸런타인데이에 권하는 사랑의 책―시간을 초월한 낭만적 러브 스토리

해마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미국이나 라틴 아메리카의 대형 서점들은 불멸의 사랑을 다룬 책들을 추천한다. 이들 서점의 추천 도서 목록에는 대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사랑의 다양한 뉘앙스를 띠고 있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와 역경을 담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영화 [세렌디피티]에도 등장하는데, 첫눈에 사라와 사랑에 빠진 조나단(존 쿠색 분)은 다음에 만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교환하자고 하지만, 평소 운명적인 사랑을 바라 온 사라(케이트 베켄세일 분)는 운명에 미래를 맡기자고 말한다. 운명을 믿는 사라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조나단은 결국 여자가 제안한 방식대로 운명의 짝인지 시험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서로의 연락처를 적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 영역 초판본과 5달러짜리 지폐는 각각 헌책방과 사람들의 손을 떠돌아다닌다. 사랑은 운명이고, 그것은 세월의 흐름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이 영화의 낭만적인 생각은 바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담긴 다양한 스펙트럼

이 작품은 무엇보다 사랑이 세월의 흐름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인내와 헌신적인 애정이 행복한 결말로 보상받는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멜로 드라마적인 이야기의 표면 아래에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관한 강한 비판과 풍자가 숨어 있다. 또한 제목이 보여 주는 사랑과 늙음과 질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자살이나 노화 공포증, 부정, 근대화,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같은 문제들도 탐구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에 대한 비평 분석은 흔히 마술적 사실주의를 포함하지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경우 이러한 요소가 특별히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감상 문학적 요소를 사회적 사실주의와 혼합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가령 클로데트 켐퍼(Cluadette Kemper)의 논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 소설이 21세기에 들어가려는 문명화된 사회에 대한 풍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 속에 표현된 사회 구조는 크게 두 계층으로 나뉘는데, ‘사교 클럽’으로 대변되는 상류층과 ‘상업 클럽’으로 대변되는 중류층이 그것이다. 각 계층을 대표하는 세 주요 인물은 식민 이후에도 무력증에서 헤어 나올 줄 모르는 도시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교수이자 저명한 라틴 아메리카 문학자인 진 프랑코(Jean Franco)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과거에 관한 기록일 뿐만 아니라 19세기의 진보가 남긴 폐허 속에서 아직도 살아남은 시대착오적인 삶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라고 평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리고 후베날 우르비노와 페르미나 다사의 결혼 생활은 사회적 제도로서의 결혼의 문제를 자세하게 보여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소설은 기운을 북돋는 에로티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자유로운 남녀관계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성 억압에 바탕을 둔 유대-기독교의 관점과 반대되는 것으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육체의 본능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디오니소스적 원칙을 찬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평가 로빈 피디안(Robin Fiddian)은 이 작품을 라틴 아메리카의 미래를 위협하는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근시안에 관한 반성으로 읽기도 한다.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의 삶은 나이가 드는 것을 죽음보다 끔찍하게 생각하고, 노인들의 사랑을 추잡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터부에 도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가 결국 여행의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 행위는 사회적 기대에 굴복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이들의 사랑이 긍정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평론가 키스 부커는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기만’을 경고한다. 페르미나를 기다리며 반세기를 보내게 한 사랑이 실은 자신이 이상화한 이미지에 빠진 것에 불과했기에 그들의 여행은 결국 비극으로 끝맺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처럼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다양한 의미의 층위가 존재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사랑과 죽음, 운명과 쇠퇴라는 영원한 주제를 다시금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독자에게 이 시대에 사랑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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