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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저자 : 헤르만 헤세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09
ISBN : 9788937462306
책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번째 책,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이다. 헤세는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재정난과 아버지의 사망, 아내의 우울증과 막내아들의 발작 등으로 엄청난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여름 한 달 만에 써 내려간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소설 속의 죽음을 앞두고 가장 크고 밝은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리는 화가 클링조어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헤세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클링조어가 생사의 대립을 무화하고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남김없이 불태워 최후의 작품을 완성하는 생애 마지막 여름의 삶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유럽 사회에 몰락을 선언하고, 소멸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의 초상을 대변한다. 감각적인 언어들로 그려 내는 클링조어의 그림 속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작가이자 화가인 헤세가 내뿜는 그림에 대한 열정도 엿볼 수 있다.
목차
그는 증오로 가득 차서 집시들이 몰고 온 초록색 마차 아랫부분의 주름을 파리 블루로 할퀴듯 그려 넣었다. 그는 격분한 나머지 크롬 옐로를 방충석(防衝石) 모서리에 내동댕이쳤다. 그는 깊은 절망에 사로잡혀, 칠하지 않고 비워 둔 곳에다 치노버를 찍어서 튀어나온 하양을 죽여 버렸으며, 영속을 얻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웠고, 잔인한 신을 표현하기 위해 옅은 노랑과 나폴리 옐로로 고함을 쳤다. 그는 신음을 내면서 더 많은 파랑을 무미건조한 먼지투성이의 초록에 내동댕이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마음속의 불을 저녁 하늘에 붙였다. 작은 팔레트는 불의 힘을 가진, 순수한, 섞이지 않은, 가장 밝은 색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 색들은 그의 위안, 그의 탑, 그의 무기고, 그의 기도서, 사악한 죽음을 겨냥하여 쏘는 그의 대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