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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림 살인사건
슈크림 살인사건
저자 : 조앤 플루크
출판사 : 해문출판사
출판년 : 2010
ISBN : 9788938204219

책소개


독자들이 트릭을 깨기 위해 복선과 암시를 찾아 책 속에서 헤매기보다는 편안하게 스토리 전개를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인 코지 미스터리 〈한나 스웬슨〉 시리즈 11번째 작품. 추리소설 특유의 논리적이거나 천재적인 트릭 깨기보다는 사람들 간의 소문이나 갈등 관계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한나의 독특한 추리과정이 이 작품에서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추리만을 위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마치 독자가 미네소타 레이크 에덴의 구성원이 되어 아침에는 한나의 쿠키를 맛보고, 한나의 가족들과 안부를 묻는 사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한나의 로맨스는 물론, 한나를 두고 벌이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경찰관 마이크 킹스턴과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치과의사인 노먼 로드와의 신경전까지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목차


한나는 수건을 집어들고 언 발을 녹이려 자쿠지로 향했다. 하지만 격자무늬의 휴식공간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던 한나의 눈에 무언가가 띄었고, 순간 발이 시리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바닥에 얼룩져 있는 붉은색의 무언가였는데, 마치 핏자국 같았다.
잘린 발 혹은 상처가 벌어진 무릎 같은 상상들이 한나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는 가운데 그 핏자국 근처에 정말 커다란 자국이 하나 더 눈에 띄었다. 한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건 바로 짓밟혀 으깨진 딸기였다! 누군가 규율을 깬 것이 분명하다. 플라스틱병이나 종이팩에 든 음료는 헬스장이나 수영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일반 음식은 오직 스낵바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격자무늬의 담벼락이 둘러쳐진 휴식공간은 각종 덩굴 식물과 야자수 나무로 장식되어 있어서 마치 열대 지방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 안은 바가 담벼락 바깥쪽으로 길게 이어 붙여져 있었는데, 일반 영업시간에는 직원이 한 명 들어가 그곳에서 물을 팔곤 했다. 바 앞으로 의자 6개가 조르륵 놓여 있었다. 이 자리는 사우나를 피해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 안에서 뜨거운 김을 즐기고 있는 친구를 기다려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의자 중 몇 개는 넘어져 있었는데, 한나는 왜 아무도 이것을 바로 세우지 않았을까 의아했다.
바의 제일 끝쪽의 바닥에는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고, 한나는 얼른 달려가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서며 차라리 확인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은접시였다. 마이크가 생일 파티에 가져갈 거라며 슈크림을 담아갔던 바로 그 쟁반. 그것은 뜨거운 열기도 잘 견딘다는 히비스커스 앞에 뒤집힌 채 떨어져 있었다.
끔찍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면 늘 그랬듯 뭔가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나는 쟁반의 한쪽 손잡이를 들고 어딘가 짓뭉개져 있을 슈크림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블루베리와 레몬 속이 한 데 뒤섞여 기괴한 초록색을 띄고 있는 끈적끈적한 덩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딸기와 바닐라 속이 뒤엉킨 덩어리도 발견됐지만, 초콜릿 슈크림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증조할머니의 초콜릿 푸딩만큼은 누군가 먼저 먹어버렸을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데에 행복해야 할 한나였지만, 다른 두 종류 슈크림의 처참한 종말에 한나는 속이 미식거릴 지경이었다. 마이크 말로는 체육관에 있는 누군가의 생일이라고 했다. 한나는 그 체육관이 경찰서 체육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천국의 몸매였던 모양이다. 생일파티는 진즉에 막을 내린 것이 분명하고, 의자들이 쓰러진 것을 보아서는 파티객들이 무언가 화급히 자리를 뜬 듯했다. 이상한 일이다. 한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마이크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발이 여전히 시렸다. 한나는 뭉개진 슈크림들을 닦고 접시를 챙기는 건 나중에 하고 꽁꽁 언 발부터 녹이자고 생각했다.
자쿠지의 작동 스위치는 바 뒤에 있었다. 한나는 보온의 스위치를 켜고, 자쿠지 가동기를 켠 다음 물 아래 전등의 스위치까지 켜고 자쿠지로 향했다. 그리고 막 욕조에 발을 담그려는 찰나 물 아래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면 위에는 물 마사지 기능으로 인해 방울들이 맹렬하게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나는 그 알 수 없는 물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유심히 그 물체를 살펴보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건 바로 천국의 몸매에서 여자 코치들이 입는 빨간색과 검은색의 운동복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쿠지에 옷을 떨어뜨리고 간 건가?
사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한나는 불현듯 목 뒷덜미의 솜털이 삐쭉 솟아올랐다. 모이쉐가 무언가에 놀랄 때면 그러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는 두 발을 단단히 지탱한 다음 허리를 굽혀 물 안에 있는 물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단지 스판덱스가 아니라 무언가 단단하고, 물컹물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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