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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푸딩 살인사건
저자 : 조앤 플루크
출판사 : 해문출판사
출판년 : 2010
ISBN : 9788938204226
책소개
독자들이 트릭을 깨기 위해 복선과 암시를 찾아 책 속에서 헤매기보다는 편안하게 스토리 전개를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인 코지 미스터리 〈한나 스웬슨〉 시리즈 12번째 작품. 추리소설 특유의 논리적이거나 천재적인 트릭 깨기보다는 사람들 간의 소문이나 갈등 관계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한나의 독특한 추리과정이 이 작품에서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한나는 이맘때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크리스마스 쿠키 주문을 처리하는 일에다 새로 시작한 래리 재거의 크리스마스트리 가게에 쿠키를 납품하는 일, 자두 푸딩 샘플을 만드는 일로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날, 납품한 쿠키에 대한 수표를 받기 위해 찾아간 래리 재거의 트레일러에서 한나의 스페셜 자두 푸딩의 부서진 잔해와 함께 래리 재거의 시체를 발견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일들에 정신이 없는 한나는 과연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지…….
목차
한나는 노먼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용기를 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현관 안쪽의 왼편에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한나의 이름이 적힌 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래리가 약속대로 수표와 영수증을 준비해 둔 모양이었다. 한나는 봉투를 집어 가방에 넣고는 노먼을 따라 사무실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한나는 자신이 언제부턴가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계속 가시질 않았다. 그래, 분명 뭔가 일이 있다. 그리고……역시!
“왜 그래요?”
충격에 갑자기 비명을 지른 한나를 노먼이 깜짝 놀라 돌아보며 물었다.
“TV요.”
한나는 벽에 걸린 커다란 평면 TV를 가리켰다. 래리의 거대한 TV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화면 이곳저곳이 정신없이 번쩍이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의 윗부분에는 구멍이 두 개 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은 전혀 아랑곳없이 마치 매혹적인 불꽃쇼처럼 계속 번쩍거렸다. 그 와중에도 TV의 해설자는 보이지도 않는 화면에 대해 열성적으로 재잘거리고 있었다.
화면에 난 구멍들은 마치 총알 자국 같다! 한나의 머릿속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래리가 경기 결과에 화가 난 나머지 TV를 총으로 쏴 버린 것일까? 한나의 시선이 소파 앞 탁자에 가 닿았다. 감자칩과 소스 그릇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반쯤 남은 브랜디 병과 잔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브랜디 잔 바닥에는 노란색의 액체가 조금 남아 있었다. 래리는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쯤 되니 TV의 구멍에 대한 한나의 가설이 신빙성을 얻는 듯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요.”
한나가 말했다.
“나도 그래요.”
노먼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어요. 우리 아버지는 즐겨 보시던 정책회담 방송이 갑자기 취소되었을 때 TV를 향해 유리컵을 던지셨거든요.”
노먼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나는 사무실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가 물건이 부서지거나 깨진 흔적도 없다. 모든 게 완벽…….
“한나?”
한나의 갑작스러운 침묵에 노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무슨 일이에요?”
“저기.”
한나가 간신히 목소리를 내며 현관문의 반대편을 가리켰다.
노먼이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
그가 말했다.
“래리예요.”
“그래요.”
노먼이 양탄자 위로 엎어진 래리를 향해 살짝 다가섰다.
“커피 테이블 위에 브랜디 병이 있었어요. 술에 취해서 완전히 정신을 잃었나 봐요.”
“아니면 죽었거나요.”
한나가 갑자기 거칠어진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 또다시 침을 삼켜 내렸다.
“맥박을 재봐야겠어요.”
한나는 뒤로 물러섰다. 누가 래리의 맥박을 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논의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래리를 만지는 것 자체가 싫었다. 대신 한나는 래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는 노먼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접시를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주변에는 미네소타 자두 푸딩 부스러기들이 널려 있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러 나가는 그의 손에 접시가 들려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맥이 느껴지지 않아요.”
노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나를 향해 말했다.
“죽었어요.”
“죽었다구요?”
한나는 허망한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