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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변호인
저자 : 양우석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년 : 2014
ISBN : 9788950955168

책소개


‘변호인’ 열풍은 잠들지 않았다!

누적 관객 수 1100만 돌파,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변호인〉이 소설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다섯 차례의 공판을 거치며 속물에 가까웠던 세무 전문 변호사에서 진정한 인권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부당한 공권력에 정면으로 맞선 인권 변호사의 고군분투기,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웃음과 감동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1980년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졸이라는 세상의 멸시, 자기 열등감 속에서 부동산 등기 업무, 세무 업무와 같이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맡았던 주인공 송우석. 그는 비록 가방끈은 짧지만 처세에 능한 인물이다. 그런 우석을 옆에서 돕는 넉살 좋은 사무관 동호와 함께 우석의 일상은 책 전반에 걸쳐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은인과 같은 국밥집 주인 아주머니 순애의 아들 진우가 시국사건에 휘말려 잡혀가게 되는데 우석은 이 과정에서 부당한 공권력이 한 개인의 존재를 짓밟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진우의 변호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돈밖에 모르던 속물 변호사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진정한 인권 변호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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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전쟁 후 밀어닥친 가난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온 국민이 심각한 영양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려야 했던 1963년. 우리나라의 한 제약회사에서 박카스라는 획기적인 피로회복제 겸 영양제를 생산해 낸다.
박카스든 쌍화탕이든 1978년 당시에는 중요한 인사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물이었다. 그 정도면 받는 사람도 부담 없이 기분 좋게 받을 수 있었고, 들고 가는 사람 역시 큰 부담이 없었다. (6쪽)

당시 광주 시민의 죽음을 절규하며 신촌역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죽어간 부산의 어느 노동자의 이야기는 신문 한 귀퉁이에도 실리지 않았다.
대신, 방송과 신문은 대회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사전 행사를 연일 방송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그곳으로 집중시켰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했다. (71쪽)

“이 쉐끼, 얌마! 내는 대학 못 가봐 모르겄지만, 저거 공부하기 싫어 지랄뱅이 떠는 거 아이면, 저 뭔데? 쟤들 사는 세상은 데모 몇 번 한다고 바뀌는 그런 말랑말랑한 세상이야? 내가 살아온 세상은 겁나 힘들었어. 세상이 데모로 바뀌어? 니미 뽕이다, 마.” (80쪽)

사실, 우석에게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었다. 해동건설 일만 잘 처리한다면 우석은 동호 말처럼 전국구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고, 고졸 출신 어쩌구 하는 무시도 더 이상은 받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 우석은 자꾸 순애가 눈에 밟혀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늘의 운세가 동쪽에서 운명이 기다린다 했는데…… . (136쪽)

30년 이상 자본주의 국가는 선하고 공산주의 국가는 악하다는 이분법적인 반공 이데올로기 교육만을 받아온 우석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우석은 감당하기 힘든 혼란스러움으로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147쪽)

“이 엉터리 감정처럼 이 사건은 온통 엉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좋은 책 읽기 모임은 그냥 독서 모임일 뿐입니다. 책 살 돈 모지란 학생들이 책 돌리 보고, 토론하고, 기특하게도 저들 공부한 거를 야학 열어가 노놔주고……. 잘했다고 박수칠 일이지요! 여기 박진우 군 및 피고인들 모두 피고가 아이고, 이 부당하고 엉터리투성이인 공권력의 피해자입니다!” (181쪽)

지금의 상황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창준에게 문을 나서려던 우석이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그런데…… 국민이 가난하다고 법의 보호도, 민주주의도 누리지 못한다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안녕히 계십시오.” (187쪽)

드디어 〈애국가〉가 끝나자 동영은 손을 내리며 우석에게 말했다.
“어이, 변호사 양반, 당신 생각엔 6·25가 끝난 거 같지? 응? 우리 휴전이야, 휴전, 잠깐 쉬는 거라고. 근데 말이야, 사람들은 전쟁이 다 끝난 줄 알아. 왜 그런 줄 알아? 나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빨갱이들 잡아주니까, 너 같은 놈들이 뜨신 밥 먹고 발 뻗고 자는 거야.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봐, 나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당신이 할 수 있는 애국이 뭔지.” (198쪽)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그런데 증인이야말로 그 국가를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란 법의 개념도 모르면서 국가 보안 문제라고 마구 내질러서 국가인 국민을 탄압하고 법을 짓밟았잖소?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이 나라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들, 그 사람들 아니오?” (230쪽)

“수경아! 먼저 정말 미안하다. 내 신문 보고 뛰어나갈 때만 해도 다 때려칠라 캤다. 그런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진우한테도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나나 당신한테도 이러면 안 되는 거고……. 근데 내 여기서 때려치면 계속 이럴 거 아이겠나. 여보, 내 포기할 수가 없다. 우리 건우, 연우한텐 이런 세상 물려줄 수가 없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경아.”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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