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장편소설)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장편소설)
저자 : B. A. 패리스
출판사 : arte
출판년 : 2017
ISBN : 9788950970888

책소개


“나를 두려워하는 너의 눈빛, 그걸 계속 보고 싶어. 영원히.”
“난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아, 하지만 죽일 수는 있지.”


영국 아마존 킨들 1위! · 100만 부 판매 돌파 · 전 세계 35개국 출간
『나를 찾아줘』, 『걸 온 더 트레인』을 잇는 압도적 심리스릴러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링컨 차를 탄 변호사] 제작사 100만 달러 영화 판권 계약!

완벽한 남편, 완벽한 결혼, 그리고 완벽한 거짓말
닫힌 문 뒤로 흘러나오는 숨막히는 공포의 냄새
“세상의 모든 완벽함은 의심해야 한다."

완벽해 보이는 결혼이 실은 완벽한 거짓말일 수도 있을까? 사랑받는 완벽한 아내는 끔찍한 폭력의 희생자이며, 아름다운 저택은 감옥이고, 매 맞는 여자들을 헌신적으로 변호하는 법률가가 실은 사이코패스였다면? 영국 아마존 킨들 베스트 1위,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영미를 강타한 화제의 심리스릴러 『비하인드 도어』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완벽해 보이는 커플에게서 영감을 받은 소설 『비하인드 도어』는 B. A. 패리스의 데뷔작으로, 아마존 킨들 독립출판 후 3일 만에 10만 부가 판매되었다. 곧바로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어 영국과 미국에서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고, 100만 달러에 영화 판권도 계약되었다. 이후 굿리즈 최고의 데뷔 소설상과 최고의 스릴러 소설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목차


그날 공원에서 잭을 쳐다본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가장 안 보는 척했을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 몇몇은 잭에게 노골적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의 주의를 끌려 애썼다. 십 대 여자아이들은 입을 가리고 킬킬거리며 흥분해서 영화배우 아니냐고 속닥거렸다. 나이 든 여성들은 감상하듯 그를 바라보고서 상당수가 자기 옆에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얼마나 모자란 인간인지 깨달은 것처럼. 남자들까지도 잭을 쳐다보았다. 잭이 산책하는 모습에 깃든 자연스런 우아함을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 p.28

내가 사귀던 완벽한 신사는 어디로 갔을까? 모두 꾸민 것이었을까? 상냥함과 쾌활함의 외투로 진짜 자신을 감춘 채 나에게 잘 보이려 했던 걸까? 내 시선을 느끼고 잭이 신문을 내려놓았다.
“당신 대체 누구야, 잭?” 내가 조용히 물었다.
“당신 남편.” 잭이 답했다. “난 당신 남편이야.”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입술로 가지고 가서 키스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 p.94

“소년이 나이가 들자 그 역시 자기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어.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열심히만 찾으면 결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 찾아보는 한편으로 자신의 갈망을 충족시킬 방법도 마련했어. 뭔지 알겠어?”
나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변호사가 되었어. 가정 폭력을 전문으로 하는. 그러고 나서 뭘 했는지 알아?” 잭은 몸을 기울여 내 귓가에 입을 가져왔다. “너랑 결혼했어, 그레이스.”--- p.110~111

“실은 그레이스, 나는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너를 보내줄 수가 없어.” 나의 공포에 찬 눈빛을 본 잭은 내 옆에 웅크리고 앉더니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완벽해.” 그가 속삭였다. --- p.112

“널 위해 마련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 잭이 얼굴을 코앞에 대고 물었다.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어. 돌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았거든. 우선 무엇보다, 네 정신이 불안정하다는 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목격했어. 매니저는 지금 이 순간 너의 행동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을 거야. 기록으로 남는 거지. 두 번째로, 난 늘 너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는 걸 배웠겠지?” --- p.124

여자는 우리를 보고 미소 짓는다. 매력적인 젊은 부부가 꼭 붙어 서 있는 걸 보고 사랑에 푹 빠졌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내 상황에 얼마나 희망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나는 우리 생활의 절대적 완벽성에 결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절망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잭과 내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고 우리가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의견을 같이하며, 내가, 똑똑한 서른두 살의 여성이 아이도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소꿉놀이하는 데 만족한다는 말을 믿는 그들의 멍청함이 경이로울 정도다.--- p.133

“좋아.” 드레스를 보고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미소를 지어봐.”
“아래층에 내려가서.” 내가 시간을 벌어보려 중얼거렸다.
“당장 지어! 나를 사랑하는 척 표정을 지으란 말이야.”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잭을 향해 돌아섰다. 정말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잭이 나를 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나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얼빠진 기분이 되며, 지난 48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 모두 꿈인 것만 같았다. 그 간절함을 감출 수 없어, 그가 나를 보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자, 나도 미소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훨씬 낫네. 아침 먹는 내내 그 표정을 잊지 마.” --- p.135

문득 짚이는 게 있어 몇 쪽 뒤로 가보니 ‘문제’라는 단어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칠해져 있다. 너무 엷게 칠이 되어 있어서 생각하고 찾아보지 않았다면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다. 좀 더 앞쪽으로 넘겨보다가 ‘무슨’을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글자들보다 진해 보여 인쇄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더욱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며 찾다가 결국 책이 시작되는 부근에 ‘혹시’가 칠해진 것을 찾아낸다.
합치면 ‘혹시 무슨 문제 있어.’
에스터가 나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만일 그랬다면 더 있을 것이다. 점점 커지는 흥분에 나머지 부분도 훑어본다. 그리고 ‘도움이’와 ‘필요해’와 마지막에서 두 번째 페이지에서 아주 조그만 ‘?’를 발견한다. --- p.156~157

나는 밀리를 보며 내 눈에 담긴 다급한 경고의 신호를 알아봐주길 바라지만 밀리는 내 눈을 피한다.
“안 돼.” 밀리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왜?”
“비밀이야.”
“안됐지만 넌 비밀을 가져선 안 돼.” 잭이 유감이라는 듯이 말한다. “그냥 말하는 게 어때? 그레이스가 무슨 말해서 화났니? 나한테는 말해도 돼, 밀리. 사실은 말이야, 넌 나한테 말해야 해.”--- p.217

잭이 웃음을 터뜨린다. “방금 나를 죽이고 싶었지?”
“결국은 그럴 거야. 하지만 먼저, 네가 고통을 받았으면 좋겠어.” 나는 자제하지 못하고 말해버린다.
“유감스럽지만 그럴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 잭은 싱글거리며 말한다. --- p.230

잭이 숨겨둘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지하의 끔찍한 방에 밀리를 계속 가둬두고 원할 때마다 그 공포를 섭취하려 하는지는 몰랐다. 인간이 그 정도까지 악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고 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거기 갇혀 갈증으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 밀리도 구하지 못할 거라는 공포가 나를 쓰러뜨렸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잭이 문을 열어주자 나는 횡설수설하다시피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다시 저곳에 갇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약속했다. --- p.234

“그거 안타깝네. 지하 방을 너무 오래 비워둔 것 같았거든.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잭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밀리를 그냥 보내기가 너무 힘들었어.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라고. 실은 너무 힘들어서, 우리가 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같이 살자고 말 할 작정이야. 어떻게 생각해, 그레이스? 정말 행복한 가족이 탄생하겠지?”
그때 나는 그를 죽여야 할 뿐만 아니라, 태국에 가기 전에 죽여야 함을 깨달았다.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무서웠지만, 날짜가 확실해지자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다.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