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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오 하느님
저자 : 조정래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7
ISBN : 9788954602914

책소개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 계간 『문학동네』 2006년 겨울호, 2007년 봄호에 걸쳐 2회 분재되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은 이 소설은 대문자역사 밖에 존재했던 개인, 인간 존재로 눈을 돌려 그들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역사에서 소외되어 있던 그들의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신길만은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징집되어 관동군 고바야시 부대의 일원으로 국경 전투에 투입된다.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출발한 소설 『오 하느님』의 스토리 시간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끝나는 칠 년 정도의 역사적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작중인물들은 자신들의 기구한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도 전혀 의식할 수조차 없겠지만 세계사의 한복판에 내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역사가 그들을 위해 배당한 자리는 없었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이라는 또하나의 ‘기록’의 형식을 빌려 바로 이들의 자리를 찾아주고자 한다. 개인적이고 사변적인 단순한 감상 이외에 문학이 우리에게 던져줄 수 있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또한 소설의 본디 자리가 어디인지를 독자들에게 확인시켜줄 것이다.

목차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 『오 하느님』이 출간됐다. 계간 『문학동네』 2006년 겨울호, 2007년 봄호에 걸쳐 2회 분재되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은 이 소설은 200자 원고지 600매가 채 안 되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대가의 필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아리랑』 『한강』 『태백산맥』 등 작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대하소설들이 민족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신작 장편소설 『오 하느님』에서 작가는 대문자역사 밖에 존재했던 개인, 인간 존재로 눈을 돌려 그들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역사에서 소외되어 있던 그들의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이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 자신이 밝히고 있기도 하거니와, 조정래라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의식, 역사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언제 어느 때나 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다. 역사는 그 안에 포함된다. 인간을 응시할수록 거듭하여 인간에 대한 질문과 마주 서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_‘작가의 말’에서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라"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유타 해안에서 찍었다는 흑백사진 속에서 독일(?) 군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아시아인은 미군의 포로로 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어떤 사이트에는 그가 신의주 출신의 ‘양경종’이라는 인물로, 전쟁이 끝난 후 영국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어 미국으로 이민, 그곳에서 평탄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는 자신의 저서 『D-DAY』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 전선에서 미 공수부대에 최초로 잡힌 ‘나치 군복을 입은 네 명의 동양인’은 바로 ‘한국 사람’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 12월 한 방송사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해보았으나 역시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는 못했다.
『오 하느님』은 바로 이 사진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신길만은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징집되어 관동군 고바야시 부대의 일원으로 국경 전투에 투입된다. 그는 다른 조선인 동료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소련으로 끌려가며, 그곳에서 소련군에 편입되어 모스크바 사수를 위한 대독 전선에 투입된다. 거기서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 신길만은 노르망디 해안에서 미군의 포로가 되며, 다시 소련 땅으로 후송되었다가 결국 총살당하고 만다.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출발한 소설 『오 하느님』의 스토리 시간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끝나는 칠 년 정도의 역사적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작중인물들의 생사와 운명이 결정되고 돌이킬 수 없이 되어버리는 순간은―물론 역사의 플롯이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되겠지만―2차 세계대전사를 구획짓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과 상당 부분 겹쳐진다. 말하자면, 『오 하느님』의 작중인물들은 자신들의 기구한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도 전혀 의식할 수조차 없겠지만 세계사의 한복판에 내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독자들이 보기에 그들의 운명이 비극적으로―결정론적으로―느껴지는 한편 아이로니컬하게―우연적으로―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역사가 그들을 위해 배당한 자리는 없었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이라는 또하나의 ‘기록’의 형식을 빌려 바로 이들의 자리를 찾아주고자 한다.
『오 하느님』이 단순히 기록의 열정으로 재조립된 마이너리티나 하위주체의 역사가 아니라 한 편의 소설(허구)이 되는 것은 이처럼 무자비한 역사가 인간의 삶을 제멋대로 구획짓고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순식간에 결정할 때, 역사 앞에 선 인간이 느끼고 체험하는 강렬한 이질감과 위화감을 형상화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 ‘미군의 포로’ ‘소련에서……’ 등 모두 다섯 개의 소제목이 붙은 『오 하느님』의 플롯은 이 비극적 아이러니의 순간과 마디를 중심으로 짜이고 누벼진다.
조선인 일본군으로 소련군의 포로가 되고, 소련군 포로에서 소련군이 되었다가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고, 독일군 포로에서 독일군이 되었다가 또다시 미군 포로가 되어, 결국에는 패전국 독일의 협력자이자 승전국 소련의 배신자로 총살당하는 식민지 조선인들의 최후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져 있었으면서도 대문자역사에서는 소외되어 있던 한 개인에 대해,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 자신,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의 산소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정부”라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작가정신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이 최근의 소설들은 역사 속의 개인이 아니라, 개인 속의 개인, ‘나’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 하느님』은 개인적이고 사변적인 단순한 감상 이외에 문학이 우리에게 던져줄 수 있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또한 소설의 본디 자리가 어디인지를 독자들에게 확인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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