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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대설주의보
<strong>대설주의보
저자 : 윤대녕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10
ISBN : 9788954610636

책소개

삶의 불가항력에 대한 성찰이 담긴 윤대녕의 소설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윤대녕의 소설집『대설주의보』. 시적인 문장, 존재의 시원에 대한 탐구, 회화적 감수성과 감각적 서사, 개인의 내면의 형상화로 특징되던 작가 윤대녕이 기존의 작품세계를 넘어 단편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표제작 를 비롯하여 발표 당시에 호평을 받았던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 의 연인들처럼 이 소설집에는 생의 불가항력에 직면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생의 고통과 휘둘림을 겪은 끝에 비로소 제자리에 도착하게 된다. 그들을 통해 생의 불가항력에 시달린 삶이 아무리 험난해도 끝내 숭고한 일임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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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국문학 대표작가 윤대녕의 신작 소설집『대설주의보』출간!

시적인 문장, 존재의 시원에 대한 탐구, 회화적 감수성과 감각적 서사, 개인의 내면의 형상화로 특징되던 한국문학 대표작가 윤대녕. 그가 기존 작품세계를 넘어 단편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근작『대설주의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표제작「대설주의보」를 비롯하여 발표 당시 호평을 받았던 단편 일곱 편이 실려 있다.
단언하건대 윤대녕의 『대설주의보』속 아름다운 단편을 읽는 동안 시간은 음악이 되어 흐르고, 풍경은 회화처럼 그려지며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면 (……) 그 사람이 온다, 윤대녕이면 좋겠다……”(신형철, 뒤표지글)처럼 그의 소설을 읽는 우리들은 하염없이 그의 소설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 뒤 책을 덮고 소설을 빠져나오면 모든 것을 하얗게 감춰놓은 대설(大雪)처럼 우리는 발 딛는 세상 또한 아름답게 흐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문학의 특유의 서정과 애상을 글로 수놓는 작가 윤대녕. “모국어로만 표현되는 아름다움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좀 감격스러운 일”(신형철, 해설글)마냥 윤대녕의 소설은 그렇게 다시 우리의 곁으로 반갑게 돌아왔다.

생의 불가항력에 대한 성찰

윤대녕 소설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생의 불가항력에 직면한 인물들. 각각의 소설에서 이 키워드는 빠지지 않고 소설 안에 안착하는데, 이런 키워드는 인물들의 삶이 본래적인 요소들에 패배하고 비껴 서는 순간 작동되고 분화한다.
가령,「대설주의보」에서는 연인인 남녀주인공들이 허탈한 오해와 얄궂은 상황 탓에 헤어지게 된다. 그러기에 그 둘의 삶은 마땅히 갔어야 할 길을 놔두고 어긋난 길로 탈선한다. 허망한 시간을 등 뒤로 둘의 관계는 드문드문 이어지는데, 불행한 결혼생활의 와중에 여자는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알게 된 남자가 어떤 빗장을 풀고 대설주의보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만나러 백담사로 달려간다. 20분 거리면 충분할 거리를 대설주의보 때문에 두 시간에 걸쳐 가야 한다고 투덜거리는 택시기사의 말 속에서, 우리들은 그 인연의 끈을 억누른 세월의 무게 때문에 주인공들이 12년 동안 헤맨 뒤에야 비로소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는 아픈 진리를 깨닫게 된다.
또한 「보리」의 연인은 해마다 청명(淸明)이 되면 지방 어느 온천에서 만난다. 그렇게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각자 집으로 향한다. 그러기를 횟수로 6년. 올해는 여인이 먼저 그곳에 내려와 남자를 기다리며 소설은 시작된다. 그녀는 얼마 전 유방암 선고를 받았고 이 불행한 인연의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난세월을 돌이킨다. 그런 그녀는 자기의 생을 남자에게 의탁해보려 하지만 남자는 평범한 가장이요, 어느 가족의 아비로서의 현실적인 삶에 안착하려는 중이었다. 그런 남자를 보며 그녀는 자신의 병듦과 더불어 이 인연의 끈을 놓고자 결심한다. 그 결심을 실천하기까지는 칼로 병든 가슴을 도려내는 일만큼의 안간힘이 필요했던 것. 그녀는 복숭아나무 아래에 관처럼 몸을 누이는 슬픈 제의를 치르고서야 비로소 인연의 끈을 놓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생의 불가항력에 가로놓인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운명의 고리를 순환하지만 도중에 생의 고통과 휘둘림 끝에 가야만 했던 제자리에 도착한다. 말하자면 원래 있어야 하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인간의 여정인 것인데, 그렇다고 그런 여정만을 소설은 가리키진 않는다. 오랜 헤맴 끝에 다시 만난 연인과 뒤틀린 연의 끈을 옷고름 풀리듯 풀려는 의지를 통해 소설의 의미는 생의 불가항력에 시달린 삶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삶은 끝내 숭고한 일이라는 식의 안도감을 전해주고 있다. 마치 대설주의보를 뚫고 백담사로 올라가는 남자의 의지처럼 혹은 자해를 하고자 복숭아나무 아래 누워 달콤쌉싸래한 보리 내음을 맡고 생의 숭고함을 느끼는 여자처럼.

내면의 폐허가 웅크린 공간, 비의적 상징들

여기 천둥 같은 사랑에 실패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마음을 놓쳐 여기저기 떠돌다 어느 한적한 항구에 발길이 닿는다. 우연스럽게도 고래가 육지로 떠밀려 와 있다. 그 죽어 올라온 고래들을 바라보며 여인은 한없이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다음날, 여인은 무한한 마음의 평화를 얻어 그곳에 정착한다. 「여행,여름」을 관통하는 비의적인 공간인 ‘강구항’에서 그 여인의 삶 앞에 우연히 두 남자(소설가와 연극연출가)의 또다른 비의적인 여행길이 포개지고 서로의 만남에서 과거 속 슬픔이 화해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 된다.
하지만 다른 소설 속 두 남자(시인과 카피라이터)의 여행길에서의 한 여자(「도비도에서 생긴 일」) ‘미쓰 강’과의 만남은 사뭇 다르다. 두 남자는 ‘미쓰 강’을 겉으로만 유영하며 동정하고 위하는 척 챙겨온다. 그런 ‘미쓰 강’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자 두 남자의 태도는 확연해진다. 그들은 서로에게 결백하지 못하고, ‘미쓰 강’의 죽음에 대해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시종일관 대처했던 것. 더불어 “사는 게 모두 어리석고 잔인한 속임수”(234쪽)라며 초연하면서도 “그래, 없는 걸로 하자. 어디 가서 미쓰 강 얘기 꺼내지도 말자.”라고 말하며 친구와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듯 죄의식을 벗어내려 한다.
또다른 소설인 「풀밭 위의 점심」의 ‘대안공간’을 묘사하는 작가는 동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품임을 넌지시 말하는데, 그 미술품은 세 명의 주인공들의 과거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미술품 마네의과 의미 있는 대조를 형성하면서, 현재 주인공 세 명 각자의 내면이 그 공간과 흡사한 폐허와 다름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아름다운 순간, 최대치의 희망

흘러간 옛 노래 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사내가 있다. 그 사내는 애인을 삼촌에게 빼앗기고 그 변심에 항의하기 위해 제 팔뚝에 칼을 꽂고는 입대한다. 이후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만 흘러간 옛것 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내는 점점 인생의 무념과 비어 있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옛날 ‘숙모’를 닮은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아내의 의해 발각되어 헤어지고, 옛 애인 ‘숙모’를 다시 만나 삼촌이 죄책감 때문에 인생을 자해하듯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야 생의 공허감을 지우게 된다. 소설「꿈은 사라지고의 역사」의 주인공들이 품어 왔던 의문은 마지막에 가서야 풀림과 동시에 여태껏 키워왔던 미움과 문신 같은 생의 부정이 사라져 환환 미소로 둔갑된 것이다.

“우리가 삼촌을 사랑한 건 사실이죠?”
숙모는 삼촌과 나의 첫사랑이었다. 어쨌든 그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숙모는 고개를 갸웃했을 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아니 삼촌이 우리를 사랑했던 걸까요?”
맥주잔을 들고 가만히 나를 마주 보던 은주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간 환하게 웃었다.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 160쪽)

삶의 불가항력에 시달리던 인물들이 운명에 의해 떠밀리듯 구원을 향해 걸어왔던 셈이었던 것. 정작 눈앞에 멀쩡했던 사실들을 간과함으로써 더 그릇된 고통의 행로를 각자가 견디며 살아왔던 것이었다. 그나마 마지막 구원의 순간들은 가만가만 짧은 거리에 가깝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차리지 못한, 읽고 있는 우리들조차 가늠해보지 못한 것이라서 안타깝고 아픈 마음은 지속된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바람이 우리를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그래서 윤대녕의 소설은 만나서 헤어지는 순간부터 다시, 그리워진다.


단편 「대설주의보」는 2008년 겨울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쓴 것이다. 내 생에서 모종의 변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는데, 과연 그 심정을 담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 소설은 최승호 선생의 오래전 시집 『대설주의보』에서 영감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책을 내기 전 선생께 전화를 걸어 새 소설집의 제목을 『대설주의보』로 하고 싶다고 하자, 선생은 뭐 괜찮지 않을까? 라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보리」와 「여행, 여름」은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썼다. 그곳에 머물게 되면 나는 여지없이 비감해지곤 하는데, 아마 박경리 선생 때문이 아닐까? 「보리」는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 여름에, 「여행, 여름」은 작년 여름에 씌어졌음을 밝혀두고 싶다.
「오대산 하늘 구경」과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는 재작년 여름 ‘월정사’에서 두 달 간 여름 방부를 들였을 때, 「도비도에서 생긴 일」은 작년 겨울 속초에 있는 ‘척산온천’에서 썼음도 훗날까지 스스로 기억해두고 싶다.
나머지 한편「풀밭 위의 점심」만이 일산 ‘작업실’에서 쓰인 것이다. 연전에 나는 문인 집단거주지역인 일산을 떠나 서울 북한산 아래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더불어 이 글을 쓰고 있다.
위에서 일일이 밝혔듯 감사를 드릴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다. 소설은 다만 혼자 쓰는 게 아니라는 자각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그렇다면 칼날을 입에 문 사내처럼 좀더 일념의 자세로 임해야 하지 않았을까? 어느덧 나는 등단 이십 년이 되었고 여섯 번째 소설집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늘 앞이 막막한 것은 삶 자체가 막막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래 만나온 사람들의 존재가 더더욱 소중하고 그리워진다. 만나서 헤어지는 순간부터 다시 그리워진다. 그럼 뒤를 돌아보게 돼 있다(나는 결코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때 그들도 나를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심정으로 계속 쓰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 순간마다 부젓가락으로 가슴을 후비듯 목울대로 뜨겁게 차오른 생각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내 책을 읽어준 독자들께도 새삼스레 인사 전하고 싶다. 부디 오래오래 소중히 생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음. 총총.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1 보 리
2 풀밭 위의 점심
3 대설주의보
4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
5 오대산 하늘 구경
6 도비도에서 생긴 일
7 여행, 여름

해설-신형철 |은어에서 제비까지, 그리고 그 이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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