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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저자 : 아가사 크리스티
출판사 : 포레
출판년 : 2014
ISBN : 9788954623865

책소개


애거사 크리스티 심리 서스펜스 걸작, 국내 첫 공식 완역판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을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문학의 정점 "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수년 동안 구상했지만 삼일 만에 완성했고,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간했다." _애거사 크리스티 자상한 남편, 반듯한 아이들과 함께 안락한 삶을 누려왔다고 자신하던 여자가 여행중 사막에 고립된다. 생각 말고는 아무 할 일이 없는 허허벌판에 선 여자의 머릿속에, 도마뱀처럼 의심이 튀어나와 기억을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기억, 조금씩 드러나는 사금파리 같은 진실, 그리고 현실. 독선과 기만으로 쌓은 행복의 성은 자기혐오와 함께 무너지고, 그녀의 실체를 확인시키는 한 남자의 마지막 독백은 어떤 추리소설의 결말보다 더한 서늘한 대반전의 충격을 던진다.

저자소개

1890년 영국 데번 주에서 미국인 프레더릭 밀러와 영국인 클라라 베이머 부부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어머니의 교육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 파리로 이주해 학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1912년 영국으로 돌아와 2년 뒤 아치볼드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했고 1차 대전 시기에 쓴 『스타일스 저택의 살인 사건』으로 데뷔했다. 1976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 사건』 등 80여 편의 추리소설을 집필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서는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사건을 일으키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서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 이 장편들 가운데서도 중년의 여인이 자기기만적인 삶을 깨닫고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린 『봄에 나는 없었다』는 애거서의 숨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5년에 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거장상을 받았고 1967년에 여성 최초로 영국추리협회 회장이 됐으며, 1971년에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작위 훈장DBE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영어권에서 10억 부 넘게 팔리고 103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다른 언어판 역시 10억 부 이상 판매되어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었다. 그녀의 유해는 영국 옥스퍼드셔의 세인트 메리 교회 묘지에 안장돼 있다.

목차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 p.24

“그거 아나? 당신이란 여자는 차라리 강간이라도 당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거?”
조앤이 분노와 충격으로 말없이 서 있는 사이, 그는 즐거운 듯이 덧붙였다.
“내가 그렇게 해주려고 했는데. 그러고도 당신 표정이 바뀌지 않는지 보고 싶었거든.” --- p.55

혼자만의 시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얼마나 자주 바랐던가. 지금이 바로 그럴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떤 생각들을 그렇게 간절히 정리하고 싶었을까. --- p.69

그녀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만해.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뭔가를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생각이 이미 머릿속에 있다는 뜻이다. --- p.76

자식들은 일이 벌어지면 꼭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엄마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 p.101

사방천지의 구멍에서 도마뱀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도망치지? 생각이 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 p.105

“우리가 아이들한테 어떤 일을 하는지 생각해봐. 우린 아이들에 대해서 뭐든 안다고 생각하잖아. 온전히 우리 손아귀에 잡힌 무력하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알고 있다는 듯 굴지.”
“당신은 그 애들이 자식이 아니라 노예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요.”
“노예 아닌가? 우리가 주는 음식을 먹고 입혀주는 옷을 입고 시킨 대로 말하는데! 그게 아이들이 지불하는 보호의 대가 아닌가?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매일 자라서 자유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지.”
“자유요? 그런 게 있기나 해요” --- p.108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 아니, 조종하지 못하나? 상황에 따라서는 생각이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나? 도마뱀처럼 구멍에서 밀고나오거나 초록 뱀처럼 마음속을 슥 지나갈 수 있을까. --- p.111

바로 앞에 확실히 불쾌한 일을 앞둔 기분. 괜찮을 거라는 자기 다독임. 그 생각을 미루려는 마음…… 그리고 시시각각 무서운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무서운 일이란 뭘까. 그녀는 뭘 예상한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 p.181

두렵고 위협적이고 그녀를 쫓아다니는 겁나는 무엇.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것.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회피, 왜곡, 외면…… --- p.198

정말 흥미롭다……
자신을 만나다니……
자신을 만나다……
맙소사. 그녀는 두려웠다……
소름끼치도록 두려웠다…… --- p.199

진실의 조각들이 도마뱀들처럼 튀어나와서 말했다. “나 여기 있어. 넌 나를 알아. 아주 잘 알다마다. 모르는 척하지 마.”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알았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것이었다. --- p.200

전에는 그 생각을 해볼 필요가 없었다.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일들로 생활을 채우기가 쉬웠다. 그러느라 자신에 대해 알 시간이 없었다. --- p.201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 p.202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 p.213

“엄마는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그녀는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왜냐하면 결코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 p.215

다 잘되자고 그런 거였어! 한 사람이라도 현실적이어야 하잖아! 신경쓸 자식들이 있었잖아.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렇게 처신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변명의 아우성이 싹 가라앉았다. 이기적이지 않았다고? --- p.217

진실? 그게 진실인지 내가 어떻게 알지? 조앤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모든 것이 자신 쪽에서 한 상상이지 않을까?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 p.242

귀한 게 뭘까? 귀하지 않은 게 뭘까? 추억이란 것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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