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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닉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
저자 : 아니 에르노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22
ISBN : 9788954685597
책소개
중독과도 같은 사랑 그리고 기다림,
그 시간을 날것으로 담아낸 내면의 기록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 대표작 『탐닉』 개정판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선언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이자, 사회·역사·문학과 개인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도 은유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해온 아니 에르노. 2011년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들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문학동네에서는 『삶을 쓰다』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 재수록한 『카사노바 호텔』 출간과 함께, 대표작 『탐닉』과 『집착』의 개정판을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선보인다.
『탐닉』은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 소설 『단순한 열정』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책이다. 르노도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이자 대학교수였던 아니 에르노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나눈 불륜 체험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단순한 열정』을 발표했을 때, 프랑스 평단과 독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이 책은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국내에도 소개되어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이 널리 회자되는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그리고 십 년 뒤인 2001년, 에르노는 『단순한 열정』에서 이야기한 사랑과 기다림의 시간을 날것 상태로 생생히 기록한 일기문을 『탐닉』(원제: Se perdre, 길을 잃다라는 뜻)이라는 책으로 묶어 발표했다. 이 책에는 강렬한 열정과 그것에 유착된 순수함, 아름다움 같은 초월적 가치가 담겨 있으며, 그녀가 기록한 사랑의 자잘한 디테일들은 평범한 일상을 문학의 자리로 승화시킨다.
목차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다. 나에 대한 그의 욕망만이 내가 가진 유일한 확신이었다. 모든 의미에서 그는 어둠 속의 애인이었다. --- p.10~11
나는 일종의 내적 필요에 의해 이 일기장을 공개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S가 느낄 감정에 개의치 않고. 당연히 그는 문학적 권력의 남용이라거나, 더 나아가 배신이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당시는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그 몇 달 동안 그가 자신도 모르게 나의 경이롭고도 무서운 욕망과 죽음, 그리고 글쓰기의 근원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 p.13
눈을 뜨면서 기다림이 시작된다. ‘그후에’라는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삶은 그가 벨을 누르고 들어오는 순간에 정지한다는 말이다. 그가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끝없는 불안감 때문에 이 이야기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가 내게 어떤 식의 애착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감각적으로’라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사실적이고 가장 명확한 방법일 것이다. --- p.52
1주일 전에 나는 그가 나를 원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났을 수도 있다. 이 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과 고통의 외침이 될 것이다. --- p.125
일기장을 다시 읽지 말아야겠다. 끔찍하다. 글로 쓰인 이 고통과 기다림은 언제나 희망이며 인생 자체였다. (이 부분에서 울음이 나온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고통마저 가능하지 않다. 내 앞에는 공허만 있을 뿐. 형언할 수 없는 공포 아니면 공허감,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해야 하나! --- p.294
한 남자를 잃는다는 것은 한꺼번에 몇 해를 늙는다는 것, 그가 있었을 때는 흐르지 않았던 그 모든 시간을 한꺼번에 늙는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상상 속의 시간들을 한꺼번에 늙는 것이다. 이 욕망은 내가 어쩌면 다른 누군가와 똑같은 동화 같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