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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D에게 보낸 편지
저자 : 앙드레 고르
출판사 : 학고재
출판년 : 2007
ISBN : 9788956250649

책소개


『D에게 보낸 편지』는 앙드레 고르가 아내 도린에게 바친 아름다운 연서(戀書)다. 도린은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과 암으로 30년 가까이 투병해왔다. 1년 전, 아내의 죽음이 가까워오면서 고르는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내와의 인연이라고 느끼면서도, 여태까지 써낸 숱한 글 가운데서 아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뒤늦게 뉘우쳤다. 그리고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한 통의 긴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 편지는 얇은 책 한 권 분량은 족히 되었고 이를 안 지인들이 출판을 권유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한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나는 많이 울었습니다. 나는 죽기 전에 이 일을 해야만 했어요. 우리 두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우리의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 나는 책과 자료집을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해온 것들이 말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죽는다면, 사람들이 도린에 대해 무엇을 알겠습니까? 나는 『배반자』를 제외하고는 아내에 대해 쓴 적이 없습니다. 그 책에서 아내는 잘못 그려졌어요. 나는 존재했던 이에 대해 무엇인가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러려면 아내에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밖에 쓸 수 없었어요. 나는 이 책을 상상 속의 대중을 위해 쓴 것이 아닙니다. 나는 아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여든세 살의 철학자가 여든두 살의 아내에게 바친 편지는 고르 부부의 동반 자살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랑과 헌신과 감사로 가득 찬 고르의 글, 죽음으로 봉인한 이 사랑편지는 독자들의 가슴을 공명한다.

목차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줄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 p.6

"당신 역시 부모가 헤어졌고,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은 차례로 떠났으며 전쟁이 끝나기 전 몇 년간은 태비라는 고양이를 데리고 배급받은 식량을 나눠 먹으며 혼자 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세상을 탐험하려고 조국을 탈출했지요. 무일푼의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인 나의 어떤 구석이 당신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요?" --- p.11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다른 곳에', 내게 낯선 곳에 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 부족함을 메워주는 타자성(他者性)의 차원으로 나를 이끌어주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늘 거부하면서도 결국 내 것이 아닌 정체성들만 하나하나 덧붙이며 살아온 나를 말입니다." --- p.14

"당신은 내게 삶의 풍부함을 알게 해주었고, 나는 당신을 통해 삶을 사랑했습니다." --- p.72

"의학적 기술과학이 당신의 몸과 당신 사이의 관계를 마음대로 휘두르게 하는 대신, 자기 생명에 대해 스스로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병 때문에 우리는 생태주의와 기술비판이라는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p.81

"당신은 나의 진정한 첫사랑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내가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결코 세상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겁니다." --- p.30

"우리는(...)라 졸라에 있는 마르쿠제의 집에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 몰래 등 뒤에서 당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신은 라 졸라의 드넓은 해변에서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근 채 걷고 있습니다. 당신은 쉰두 살입니다. 당신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 사진은 내가 참 좋아하는 당신 사진 중 하나예요." --- p.82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p.89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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