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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악인
저자 : 요시다 슈이치
출판사 : 은행나무
출판년 : 2008
ISBN : 9788956602158

책소개


아사히 신문 인기 연재! 일본 언론과 문예지 선정 2007 최고의 소설!
청춘남녀의 심리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온 요시다 슈이치가 이번에는 인간 심연의 악의를 파헤친다.

데뷔 10년만에 놀라운 도약을 이룬 그는 '감히 나의 대표작이라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이 작품을 소개한다. 아쿠타가와 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온 그가 말하는 '대표작'이니,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후쿠오카와 사가를 연결하는 263번 국도의 미쓰세 고개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는 살해되던 날 밤, 동료들에게 남자친구와 만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외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만나기로 한 상대는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자였다. 경찰은 그녀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대학생 마스오 게이고가 며칠 전부터 행방불명인 것을 알아내고 지명수배를 내리는 한편, 그녀와 문자를 교환하던 인물들을 상대로 조사를 계속해나간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충격과 두려움에 위태로이 흔들리는 군상들…….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를 업신여기고 그녀의 죽음을 안주거리 삼아 우스갯소리로 떠벌이는 게이고, 자수하려는 범인에게 함께 도피행을 권한 미쓰요, 이미 딸이 살해당했는데도 살해한 상대가 만남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는 요시노의 아버지, 피해자나 가해자의 부모에게 가해지는 익명의 폭력, 얄팍한 사회규범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인간을 상품화하는 매스컴…….

왜 사건은 일어났던 것일까?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악인은 대체 누구인가? 『악인』은‘살인’이라고 하는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어진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서스펜스적인 필치로 그려낸 혼신의 걸작장편소설이다.

목차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악인》은 추리소설의 긴장감 속에 사회문제, 철학적 문제를 적절하게 녹여냄으로써 독자에게 사유할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부여하는 작품이다.
살인사건을 축으로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심정을, 시점을 이동하면서 묘사해가는 이 소설은,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서두로 시작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경위를 밝히는 추리소설 기법을 쓰고는 있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트릭도 반전도 별난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작품이 ‘사건’보다 ‘인간’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좇을 뿐인데도, 소설은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며 독자를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어들인다.
자칫하면 안이한 ‘동정’이라는 감상주의에 빠질 수도 있는 구조를 가진 이야기지만, 작가는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서술 방식을 통해 시종 냉정하고 신랄한 시선으로 일관하며 독자에게 판단의 문제를 위임한다. 어지럽게 시점을 교차시키는 다큐멘터리 풍의 서술과 인터뷰 형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사건과 인물의 윤곽을 파악하게 하며, 대상을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탐구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살인자에게 구원은 있는 것인가?
얄팍한 사회규범과 알량한 선의에 방아쇠를 당기는 소설
자신에게 엉뚱한 누명을 씌우겠다며 덤비는 여자를 목 졸라 죽인 유이치,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몇 사람의 남자와 타산적으로 관계를 가져가며 더 부유하고 멋진 생활을 꿈꾸는 요시노,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를 업신여기고 그녀의 죽음을 안주거리 삼아 우스갯소리로 떠벌이는 게이고, 자수하려는 범인에게 함께 도피행을 권한 미쓰요, 이미 딸이 살해당했는데도 살해한 상대가 만남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는 요시노의 아버지, 피해자나 가해자의 부모에게 가해지는 익명의 폭력, 얄팍한 사회규범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인간을 상품화하는 매스컴…….
과연 누가 악인인가?
《악인》은 이렇듯 끊임없이 ‘악인’의 존재를 물으며 독자를 끌어들이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인물 각자는 저마다 약하고 외롭고 허세를 부리고 농락당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해나가며 스스로 ‘피해자’의 위치에 서고 싶어 한다. 이렇게 소설은 ‘누구나가 피해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을 신랄하게 드러내지만 그 누구에게도 ‘선의’를 베풀지는 않는다. 피해자에게 갖게 되는 동정이라는 ‘선의’도,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악의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범죄 이면의 ‘나약하고도 고귀한 인간’을 그리다
도시 젊은이들의 일상을 선명하게 그린 다양한 작품들로 꾸준히 국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요시다 슈이치가 《악인》에서는 지방 도시의 젊은 청춘을 그렸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거리감에서 오는 공허함을 안고 있다. 공동화하는 마을,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궁핍한 마음을 안은 지방 도시의 젊은이들을 통해 이 절대 고독감이 한층 더 드러나는 것이다.
뚜렷한 희망도 없고 그저 무의미한 매일을 사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유이치와 미쓰요. ‘외롭다는 것은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기분일지도 모른다’는 유이치의 생각처럼, 그들의 외로움은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누군가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쩌면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사랑’이라는 희망을 발견한다.
이미 비극이 예견된 만남으로, 두 사람은 결국 행복해지지 못하고 이별을 맞게 되지만, 이 안타깝고 절절한 순애극은 작품 전반부에 드러난 인간의 천박함과 추함을 인간 영혼의 순수함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선과 악, 나약함과 고귀함이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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