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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19분. 2
<strong>19분. 2
저자 : 조디 피콜트
출판사 : 이레
출판년 : 2009
ISBN : 9788957091692

책소개

그저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한 소년의 손에서 총이 발사되었다!

2009년 '뉴햄프셔 플럼상' 수상작인 『19분』. 실제 있었던 고교 총기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총기 사건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많은 사람들이 피터를 기억할 때 떠올릴 19분 동안의 피터가 아니라 나머지 9백만 분의 시간을 산 피터를 보여준다. 피터가 살인마이기 이전에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아이였고, 엄밀하게 따지면 그릇된 세상이 낳은 또 한 명의 희생자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가 누구를 심판할 권리가 있는지,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지 같은 도덕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제2권〉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세상을 정지시킨 시간, 19분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비극이 시작된다

아주 조금 다르고, 아주 조금 인기가 없을 뿐인 많은 아이들에게
이 책은 너희들을 위한 거란다. | 조디 피콜트

살인자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존재임을 대담하게 일깨우는 이야기 | 피플

뭔가를 고대하는 사람처럼 보이거나
불쌍하게 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저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한 소년의 손에서 총이 발사되었다.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 스털링은 이제껏 이렇다 할 사건이라고는 일어난 적이 없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털링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모든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총 사망자 열 명, 부상자 열아홉 명. 사건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은 열일곱 살 소년 피터 호턴이다. 피터 호턴을 검거한 체육관 라커룸에서는 머리와 배에 총을 맞고 사망한 매슈 로이스턴과 함께 가벼운 부상을 입은 조지 코미어가 유일한 목격자로 발견되었다.
피터의 삶은 유치원을 가던 첫날, 상급생에게 빼앗긴 도시락통이 창밖으로 내동댕이쳐진 그날 이후부터 굴욕의 연속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리, 공격적이지 못하고 늘 당하기만 하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운동부 아이들은 피터에게 호모라고 놀리며 때리고 장난치고 모욕을 주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피터에게는 유일한 소꿉친구인 조지 코미어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조지마저도 6학년이 되면서부터 피터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어울리더니,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에는 교내 하키 선수인 매슈 로이스턴과 공공연한 커플이 되었다. 그러던 중 피터는 조지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이메일을 보내는데, 그 이메일이 누군가에 의해 전교생에게 발송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피터는 결코 자신이 먼저 시작한 적이 없는 잔인한 게임에 동참하기로 결심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사건 당일을 기준으로 하여 과거(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인 17년 전부터 12년 전, 6년 전)와 미래(사건 몇 시간 뒤, 다음 날), 현실을 번갈아가며 펼쳐져 진실을 알고 싶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야기 후반부 법정 장면에서의 조지의 증언이 그동안의 추리와 전개에 반전으로 등장한다.

19분이면, 당신은 앞뜰의 잔디를 깎고, 머리를 염색하고,
하키 경기 3분의 1을 관람할 수 있다.
19분이면, 당신은 스콘을 굽거나 치과에서 이를 하나 넣거나
다섯 식구의 빨래를 갤 수 있다.
19분이면, 당신은 세상을 멈추게 하거나, 세상에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19분이면, 당신은 복수를 당할 수 있다.

올해 9월 영화 개봉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던 베스트셀러 소설《마이 시스터즈 키퍼: 쌍둥이별》 저자 조디 피콜트의 《19분》이 도서출판 이레에서 출간되었다.
《19분》은 실제로 일어났던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열 명의 사망자와 열아홉 명의 부상자를 낸 ‘살인범 괴물’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당장 일어난 사건 당일 상황을 파헤치기보다 열일곱 살 피터 호턴이 어떻게 총을 들게 되었는지에 집중한다.
사건 이후 쏟아지는 뉴스 보도의 대상이 된 피터 호턴도 사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길 바라던 아이였다. 집에서 기르던 물고기가 친구들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변기에 쏟아 자유롭게 만들어주었고, 사냥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나선 사냥길에서 마주친 사슴이 도망가기를 빌며 하늘에 총을 쏘았던, 평범하다면 평범한 여린 감성의 소년이었다.
이런 아이가 총을 들고 총기 난사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사회는 그저 사춘기에 이른 대부분의 청소년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특징들을 마치 총기 난사범만의 특징인 양 나열하며 위험 징후들로 낙인찍기에 급급하다. 사건 전후의 시점을 다각도로 넘나드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넘어서는 ‘총기 난사범’이라는 괴물 같은 존재를 잉태한 공범의 굴레로부터 우리 사회 전체가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논쟁적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는 스토리텔링의 대가로 인정받는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독자들을 어느 한편으로 입장을 정하기 힘든 딜레마에 빠뜨리며, 흑과 백이 없는 회색지대로 초대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희생자를 위해서라면 복수는 늘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을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만약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삶을 판단하는 거라면 진정한 당신의 모습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를 직설적으로 묻고 있다.

1.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집단 이기심, 왕따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피터의 가장 큰 동기를 꼽자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남들에게 평가당하고 배척된 따돌림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이성적인 판단 없이 행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무엇을 해도 피해자’인 세상을 살아야만 하는 큰 형벌이 되기도 한다. 날마다 여덟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는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가는 곳일 뿐, 피터에게는 ‘왕따’라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폭력이 이뤄지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냉정한 현실은 피해자인 피터에게 스스로 해결의 주체가 되려면 그를 따돌리는 다른 아이들처럼 폭력적으로 행동하면 된다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아이들과 같은 힘을 기르라고 주문했다.

선생님은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대응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예요. 남자애들은 벌을 받는 게 피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때문에 폭력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아요.”
레이시는 얼굴이 점점 화끈거렸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시는데요?”
레이시는 만약 피터가 또다시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 놀리는 아이들에게 의자에 앉아 반성하기 같은 합당한 벌을 내리겠다는 식의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젊은 여선생님의 대답은 달랐다. “피터에게 자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지적해주죠. 점심시간에 누가 새치기를 한다거나 애들이 놀리면, 그냥 당하고만 있지 말고 말로라도 갚아주라고요.”
레이시는 눈을 깜박거렸다. “저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말이네요. 그러니까 누가 피터를 떠밀면 피터도 덩달아 떠밀어야 한다는 건가요? 누가 먹을 걸 쳐서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대로 갚아줘야 한다는 건가요?”
(…)
“저기, 피터 어머님. 저도 어머님이 듣고 싶어 하시는 말을 해드릴 수 있어요. 피터가 멋진 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물론, 정말 그렇기도 하고요. 학교가 관용을 가르치고 피터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아이들을 훈계하면 더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은, 이런 악순환을 끝내고 싶다면 피터 스스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BOOK 1 (p.129-130)

최후통첩을 날리며 레이시는 눈을 감았다. 이런 식의 육아법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평소 하던 충고, 즉 친절해라, 공손해라,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는 그런 사람이 돼라는 말은 피터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드루와 다른 못된 아이들이 꽁무니를 빼며 도망치게 할 만큼 피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수 있게 된다면 레이시는 피터를 협박해서라도 그렇게 할 것이었다.
피터의 얼굴에서 의심이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레이시는 아이의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BOOK 1 (p.131)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인기가 당신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떻게 입는지, 점심으로 무얼 먹는지,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지, MP3에 어떤 음악이 들어 있는지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그러나 나는 늘 이게 궁금했다. 만약 다른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거라면, 당신은 진정한 당신 자신의 모습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BOOK 2 (p.6)

“등교 첫날, 피터의 어머니는 신상품인 슈퍼맨 도시락통과 함께 그를 유치원 버스에 태웠습니다. 버스가 유치원에 도착할 즈음 그 도시락통은 창밖으로 던져졌습니다. 자,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대다수는 그 기억들을 떨쳐낼 수 있지만, 피터 호턴의 삶은 그런 일들이 어쩌다 몇 번 일어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유치원에 가는 그 첫날부터 피터는 조롱, 시달림, 고문, 위협, 따돌림의 폭격을 매일같이 경험했습니다. 피터 호턴은 라커에 갇히고, 변기에 머리를 처박히고, 발에 걸려 넘어지고, 구타당하고, 걷어차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이메일이 학교 전체에 스팸 메일로 퍼지기도 했습니다. 카페테리아 한가운데서 바지가 끌어 내려지는 수모도 당했습니다. 피터 호턴의 현실은, 그가 무엇을 하든 항상 피해자가 되어야 했던 세상이었습니다. (…)”
BOOK 2 (p.214)

여기서는, 아무도 그를 세균 배양용 접시에 담긴 종양처럼 바라보지 않았다. 사실은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다.
여기서는, 아무도 그를 동물 취급하듯 얘기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다들 같은 배를 탄 처지라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감옥도 따지고 보면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도관들은 교사들과 같았다. 그들이 하는 일은 죄수들을 제자리에 배치하고, 음식을 주고,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 외에는 죄수들이 멋대로 놀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학교처럼 감옥도 계급과 규율이 있는 만들어진 사회였다. 일을 하는 것도 그랬다. 매일 아침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최소한의 경비 아래 도서관 수레를 끄는 것은 공동체 의식의 정의에 관한 보고서를 쓰거나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소수를 암기하는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감옥을 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꿋꿋이 버티면서 형을 살면 되는 것이었다.
BOOK 2 (p.257)

2. 오늘은 어떤 얼굴을 꺼낼까 - ‘진짜’와 ‘가짜’ 사이

사회적 지위는 사람에게 그 자리에 어울리는 합당한 모습을 보이도록 만든다. 판사인 알렉스는 딸 때문에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화를 억눌러야만 하고, 고등학생인 조지는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여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사실 가면에 익숙한 우리가 진정한 자기 모습을 기억하기란 어렵다.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은 비단 피터의 문제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평소 학교에서는 말없이 얌전하고 수줍어하던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총을 들고 학교에 나타난 것을 두고 ‘괴물’이라고 말한다면, 하루 스물네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자신의 진짜 모습과 가짜 모습 사이에서 수십 번씩 갈등하게 되는 수많은 현대인들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괴물’은 아닐까.

어떤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른 누군가의 미소를 짓기가 힘들다는 것, 자신은 허공에 서 있는, 적당한 농담을 들으며 웃고 적당한 험담을 속닥거리고 적당한 남자를 매혹하는 가짜, 진짜 되고 싶은 것은 거의 잊어버린 가짜……, 누가 속을 파고들라 치면 기억하는 게 훨씬 더 아프기 때문에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가짜라는, 그 비밀 말이다.
그런 얘기를 터놓고 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특권을 가진 인기 집단의 일원이 될 권리를 본인 스스로 의심한다면 그 집단에 속할 수 없었다.
BOOK 1 (p.18)

산고는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레이시는 나름 예상을 해서 표를 만들고 계획을 짜는 산모들에게 특히 더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진통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진통을 잘 이기려면 머리가 아닌 몸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 진통의 순간에는 잊고 있던 몸의 부위들이 제 존재를 드러낸다. 알렉스처럼 자제를 잘하는 사람들일수록 그 고통은 압도적일 수 있다. 냉정을 잃는 희생을 치러야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성공할 수 있었다.
BOOK 1 (p.75)

3. 자녀에 대한 부모의 책임감의 범위

조지를 혼자 낳아 기른 미혼모인 알렉스 판사는 늘 넘쳐나는 책임감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며 직장에 5분을 지각하는 경우와 좋은 엄마 노릇을 못해 아이에게 벌점을 받는 경우를 늘 비교해가면서 행동해야 했고, 마트에서 떼를 쓰는 아이 앞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판사인 엄마는 끝까지 이성을 붙잡고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것은 아이의 인생 전체를 책임지는 일일까? 아이가 저지른 용서 못할 범죄에 대해 부모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마을 전체를 슬픔에 빠뜨린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피터의 엄마 레이시 또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것이 평소 사냥을 즐기며 총을 가까이 했던 남편 루이스의 잘못인지 아니면 아이에게 호되게 대하지 못했던 자신의 잘못인지 끊임없이 지난 일들을 되짚어야만 했다. 내가 낳은 아이였는데도 남들처럼 그저 보고자 하는 모습만 보았던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지만, 레이시는 그 슬픔을 모두 이기고 다시 내 아이, 앞으로 변함없이 내 아이일 피터를 더욱 사랑해주기로 결심한다.

레이시는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고통으로 반으로 쪼개지는 듯했다. 그 몸뚱이가 다시는 전처럼 합쳐지지 않을 거라는 건 그녀만이 알았다.
아들 중 하나는 마약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살인자가 되었다. 그녀와 루이스는 아이들에게 나쁜 부모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부모가 되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아이들은 저 혼자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들은 부모가 이끄는 구덩이로 뛰어들 뿐이다. 레이시와 루이스는 아이들이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진실로 믿었지만, 사실은 멈춰 서서 방향을 물어보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조이, 다음에는 피터가 그런 비극적인 걸음을 옮겨 추락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레이시는 피터의 성적과 비교하며 조이의 성적을 추켜세우던 게 기억났다. 조이가 축구를 너무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터에게도 선수 자격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말했던 것도. 편애도 집에서 시작되었지만, 편협도 마찬가지였다. 피터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을 때쯤 집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는 걸, 레이시는 깨달았다.
BOOK 2 (p.83-84)

모든 사람이 피터의 인생에서 그 19분을 기억할 테지만, 나머지 9백만 분은 어쩔 것인가? 레이시가 그 시간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피터의 9백만 분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길이니까. 총알이나 비명과 관계된 기억들을 상쇄해주는 다른 기억들이 수없이 많았다. 연못에서 물장구를 치고, 자전거를 처음 타보고, 정글짐 꼭대기에서 손을 흔들던 소년. 굿나잇 키스, 크레용으로 그린 어버이날 카드, 샤워실에서 들리던 불규칙한 목소리. 그녀는 그 모든 것,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아이와 다르지 않았던 순간들을 엮을 것이다. 그 소중한 진주들을 매일매일 가슴에 달 것이다. 그녀 자신이 그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그녀가 사랑하며 길러온 그 아이가 정말로 사라져버릴 테니 말이다.
BOOK 2 (p.358)

4. 내가 아닌 남에게 분노와 증오를 퍼붓는 ‘복수’ 심리

9.11 이후 적은 언제나 외부에 있을 거라며 낮에도 문을 잠가두고, 자신들이 사는 세상의 일들을 바로바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 뉴스에는 속보를 전달하는 뉴스 자막이 생겼다. 잠재적인 현대인의 불안 속에서 평화를 깨뜨리는 ‘공공의 적’은 분노를 터뜨릴 대상 그 자체로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한순간의 분노를 표출한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없으며 또 누가 먼저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분간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우리는 누가 심판의 대상이 되고 주체가 되어야 할지, 사실과 진실의 경계를 가려내기란 참 어렵다.

패트릭은 소년의 머리카락을 보았다. 아침에 양치질을 하면서 이 아이는 오늘은 내가 열 명을 죽이는 날이라고 생각했을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
피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가 설명을 해주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설명을 해줄 수 있을 텐데.” 패트릭은 설득했다.
심하게 울고 있는 피터가 고개를 들었다. 이래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는 걸 패트릭은 알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자리를 밀치고 일어났다. “좋아, 그만 가자.”
구치소로 다시 들어간 피터는 시멘트 벽을 향해 바닥에 모로 누워 몸을 웅크렸다. 패트릭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피터 뒤에 무릎을 꿇었다. “널 도울 수 있게 해줄래.” 패트릭이 말했지만, 피터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울기만 했다.
패트릭이 구치소를 나와 자물쇠를 잠그자 그제야 피터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걔들이 먼저 시작했다고요.”
BOOK 1 (p.95)

“좀 어려운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조던이 그녀의 맞은편 옥상의 턱에 털썩 주저앉는 것을 본 레이시는 긴장이 됐지만, 이번에도 조던에게 약한 면모를 보여주기 싫어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속죄양을 원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죠. 우리 변호사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진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체포 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유죄로 비쳐지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경찰이 사람을 잘못 체포하고서 다시 풀어주는지 아십니까? 저는 알아요. 웃기지도 않죠. 그럴 때마다 경찰들은 충분히 사과하고 당사자의 가족과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큰 실수를 했다고 확인을 해줄까요, 아니면 그냥 ‘제기랄’ 이런 말이나 하고서 손을 뗄까요?” 그는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재판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피터에게 유죄를 선언하는 사설들을 읽으시면서, 힘드실 거라 생각되지만…….”
BOOK 2 (p.16-17)

추천의 글


스토리텔링 기술의 대가 조디 피콜트이다. | AP 뉴스와이어

재기 넘치게 쓴 이야기, 살인자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임을 대담하게 일깨우는 이야기. | 피플

피코의 소설은 지적이며, 감동적이고 언제나 북클럽의 토론 대상이 된다. | 뉴욕 데일리 뉴스

조디 피콜트의 책들은 흑과 백으로 판단되는 이 세상의 모든 회색 단면들을 탐구한다. | St. 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장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파고드는 작가의 통찰력은 신문의 머리기사 얘기들을 섬뜩할 정도로 생생하게 만들어낸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많은 유머, 보증된 기법, 알찬 내용과 도발적인 플롯을 갖춘 《19분》은 베스트셀러 목록의 정상에 앉을 가치가 있다.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

피콜트는 책마다 문학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어떤 독자도 충격적인 대단원을 예견하지 못한다. 정교한 구성, 짙은 시사성, 강한 흡입력이 바로 피콜트의 특징이다.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피콜트는 가족들과 아이들, 특히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초상을 그린다. 이 책의 평범한 일상은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당신의 공동체이자 이웃이자 가족일 수 있다. | USA 투데이

빼어난 등장인물 전개와 영리한 플롯 뒤틀기를 구사하는 《19분》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자 인기와 권력, 그리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를 규정할 수 있는 사회적 관례들을 심도 깊게 파헤친 소설이다. | 록키 마운트 뉴스

피콜트는 흥미진진하고 구성이 정교한 《19분》을 통해 가족의 역기능, 배신, 구원에 대해 빠른 속도로 풀어놓는다. 어떤 면에서 경악할 만한 살육과 다급한 발견들과 마지막 순간의 폭로들이 완비된 스릴러이자, 약자와 강자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도덕적 질문들, 다시 말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순간들’이라고 부르는 것을 제공하는 질문들을 던지기도 한다. 만약 연민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피콜트야말로 그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일 것이다. |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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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1부
한달 후
한달 전

2부

다섯 달 후
사건 당일 오전 6시 30분
다섯 달 후
사건 당일 오전 10시 16분
다섯 달 후
2008년 3월 6일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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