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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1(양장본)
저자 : 전민희
출판사 : 제우미디어
출판년 : 2009
ISBN : 9788959521968
책소개
형태가 없는 것을 빚어내어 독자의 손에 쥐어주는 작가 전민희의 장편소설
일본, 대만, 중국 등 해외 각지에서 『세월의 돌』과 『룬의 아이들』을 히트시켜 한국의 대표하는 장르문학가로 손꼽히는 작가 전민희.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대중적인 코드를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는 『태양의 탑』은 작가 특유의 탄탄한 구성과 힘있는 문장이 잘 드러나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태양의 탑』은 작가의 출세작 『세월의 돌』과 함께 〈아룬드 연대기〉의 한 축을 이루는 작품으로 책력에서 별자리의 기원까지 완벽하게 구성된 〈아룬드 연대기〉의 세계를 사랑하는 열혈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 것이다.
목차
공주는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공주에게도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비록 해쓱해졌으나 여전히 인상적인 그 얼굴을 잊어본 일이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당신은 그날 이후로 나이조차 먹지 않은 것 같군."
약한 한숨에 이어 공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슬슬 싫증이 난다는 듯 불쑥 말했다.
"용건을 말해 보시오. 점점 이야기하는 것이 귀찮아지려 하오."
"좋아요."
주드마린 공주는 흥미 있는 장난감을 가져온 아이처럼 뒤로 감추고 있던 손을 빼어 편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남자는 받았으나 읽으려 하지 않았다. 공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뭐, 읽지 않아도 내가 말해 줄 수 있어요. 그건 당신이 생명보다 아끼는 친구들 중 한 명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예요."
어떤 말에도 돌처럼 까딱하지 않던 남자가 그 말에 처음으로 동요했다.
"어떻게……."
그 순간 공주는 조금 전과는 다른 오만한 얼굴로 변했다. 밖에 있는 두 사람에게 말할 때 지었을 법한 표정이었다.
"난 거래를 하고 싶군요. 친구에게 아르나브르 시민 자격을 돌려줄 수 있어요. 더 이상 추적이 없을 거라는 약속도 해 주죠. 그 자는 힘겹게 방랑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어쨌든 당신도 짐작하겠지만 곧 부왕께서 돌아가시면 난 여왕이 되죠. 불가능한 것은 없어요."
남자는 말없이 뭔가를 억누르는 듯했다. 오래 가지 않았다. 다시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